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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작 May 10. 2024

나에게 맞지 않은 제주살이

내가 살던 곳을 벗어나 타지에서의 살이는

누구나 한번쯤 꿈꾼다. 


나도 늘 꿈꾸던,

제주에서의 한달살이를 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지방에서 살고 싶은 로망이 있기 때문에

도시에서 벗어나 살아도 될지에 대한

테스트 겸 제주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제주도 도착 후, 일주일 정도는 좋았던 것 같다.

어딜가도 보이는 야자수 나무, 내륙보다 뜨거운 태양,

미세먼지 없는 하늘까지... 

설레이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그렇게 제주살이에서의 절반 정도 지났을 때였나?

문득 이동하는 차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다."


넓디 넓은 제주에서 이동이 쉽진 않았다.

우리 숙소는 서쪽이었고,

당시 가보고 싶던 곳은 동쪽에 많이 있었다.


도시는 교통체증이 있지만,

건물들이 달라지거나 차들이 많아서

풍경이 다른 재미라도 있었다.


그러나 제주는 지나가는 차도 손에 꼽고,

풍경 또한 비슷했다.

나에게 제주도의 푸르름과 바다도 하루 이틀이었다.


물론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푸른 바다와

수백 개 오름의 매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사람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맞지 않은 도시였던 것 같다.

(반면, 남편은 여유롭고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제주도의 가장 큰 단점!!!

날씨가 너무 변화무쌍하다는 것과 비!!!


우리가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지냈는데,

제주도는 5월 말부터 비가 계속 오락가락 하더라..


날씨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지는 나와는

여러모로 맞지 않는 도시인 건 분명했다.


비가 오더라도 잠깐 오는게 아니라 며칠 동안

정말 세차게 오는데, 어디 나가기가 무섭고,

운전도 쉽지 않았다.


비가 그친 다음날은 맑은 하늘 보다 구름 낀 날씨가 많았고,

안개 가득한 중산간 도로를 지나 애월읍쪽으로 가면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맑은 하늘.

종잡을 수 없는 제주 날씨.

나에겐 살짝 버거웠다.


그렇게 한달을 보낸 후, 도시에 도착하자

익숙한 곳에 왔다는 안도감과 반가움이 먼저였다.

그리고 시끌벅적한 도시를 만나니,

나는 마치 고향을 찾은 것 마냥 즐거웠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적당한 시끌벅적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제주는 분명 매력적인 도시다.

한달살이 후, 다음 해에 우린 또 제주도로 여행을 갔으니말이다.

다만, 그곳에 정착해서 산다는 건 다른 문제다.


많은 청년들이 제주살이의 꿈을 꾸고, 정착하다

다시 내륙으로 돌아온다는 기사를 본적 있다.


물론, 그들이 단지 날씨나 지루함 때문에

도시로 돌아가진 않았을 거다.


이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이유들이 많겠지만,

현실적인 이유만큼  중요한

제주의 '환경' 이 나와 잘 맞는지 

고려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달랑 한달 살아보고, 쉽게 결정하냐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와는 맞지 않은 도시다.

한달살이 후 2년 정도 되었지만,

아직까지 제주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제주 한달살이에서 내가 느낀 결론은

'그럼에도 제주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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