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낫저스트북클럽 5월의 책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은 팔과 다리, 의자, 방, 거리, 시계의 다섯 가지 분야 혹은 관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몸의 조건과 이미 지어진 건설 환경 사이의 이질성과 인간의 적응 능력, 그리고 사회적 관점에서 ‘장애 극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팔이 없는 사람에게 의수를 제공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휠체어를 주는 일로 소위 문제라고 여겨지는 상황을 단숨에 해결하려는 보편적 시도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장애는 극복해야 할 비극의 멜로드라마도 아니고 단순한 몸뚱이의 ‘결함'도 아닌, 그저 맞지 않는 것이다.”
사라 헨드렌의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에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소수에 속할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 나의 몸이나 정신이 세상에 정해놓은 ‘보통' 혹은 ‘평균'과 맞지 않음을 경험합니다. 책의 처음과 끝을 가로지르며 작가가 독자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꾸준히 던지는 질문을 여기 옮겨 적습니다.
“세상은 누구를 위해 지어졌는가?”
쉬이 대답하긴 힘들어도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한 물음이며, 이 질문을 머리나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가치관에 있어서 좁힐 수 없는 커다란 간극이 있습니다. 편을 가르는 문제는 아니지만 어느 쪽에 서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장애를 갖는다는 건 운명적인 일도 사회적 소수에 속하는 한 집단만의 일도 아닙니다. 인간의 생애에 있어 돌봄과 필요는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며 영구적 장애의 시간을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란 비단 그들만을 위한 편의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며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의 개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거리와 일터에서 장애인을 볼 기회가 매우 적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그 실상과 이유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3년 5월의 책
사라 헨드렌의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