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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May 26. 2023

<장식과 범죄>

2023 낫저스트북클럽 6월의 책

드디어 이 책을 낫저스트북클럽을 통해 소개할 수 있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는데요, 전공과목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본격적으로 학문 탐구가 시작되던 대학 2학년 시절 <장식과 범죄>를 접하게 됩니다. 제가 보았던, 그리고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 책은 2006년 소오건축에서 나온 판본입니다. 건축의 길에서 빠져나와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이따금씩 손에 잡으며 표시해 둔 구절을 다시 읽기도 하고 늘 눈 닿는 곳에 소중히 보관해 왔습니다. 일찍이 절판되어 책방을 열고 나서도 판매는 하지 못하고 전시만 해두었는데요, 몇 해 전 미디어버스라는 출판사에서 멋진 디자인으로 복간해 서점을 찾는 독자들에게도 반갑게 소개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절판되었고, 파본이라도 구할 수 없을까 안타까워하던 중에 대형 출판사인 민음사에서 간략한 형식으로나마 출판하여 두 팔 들고 환영했던 일화가 있습니다.


“형태에 있어서 변화란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계속 완성시켜 나가려는 소망에서 출발한다. 우리 시대에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의자가 아니라, 가장 좋은 의자이기 때문이다.”


<장식과 범죄>는 19~20세기에 활동하며 근대 건축의 기간을 마련하고 르 코르뷔지에를 비롯한 현대 건축의 거장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이유 없는 장식은 범죄와 같다'라는 자신의 철학을 건축과 디자인, 예술 전반에 걸쳐 다루며 당대 문화를 비평하는 책입니다. 100년도 훨씬 전에 쓰인 글이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의미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사실 이 책은 건축을 전공했거나 높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 온 사람이 아니라면 읽기에 쉽지 않아 북클럽 추천 도서로 선정하는 데에 적지 않은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전공자인 손님이 낫저스트북스에서 제공하는 독서 교실을 통해 이 책을 읽고 주변의 지인에게도 추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명한 건축가의 확고한 생각이 담긴 이 주옥같은 책을 서점을 찾는 모두에게 강권해 보기로 했습니다.


“문화가 진보하면 사물을 장식당하는 것에서 떼어내 그 자체로 있도록 한다.”


비단 건축이라는 분야에만 한정 짓지 말고 로스가 말하는 ‘장식'을 가식이나 위선과 같은 관계적 명사에 대입하여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문화를 어떻게 향유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삶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3년 6월의 책

아돌프 로스의 <장식과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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