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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Jun 28. 2023

<진심의 공간> 두 번째 이야기

2023 낫저스트북클럽 7월의 책

김현진 작가의 <진심의 공간>은 2021년 1월에 이미 낫저스트북클럽 이달의 책으로 선정된 적 있습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작가에 대한 추모의 뜻을 담아, 2023년 7월의 책으로 재선정하는 바입니다. 아래에 추천의 글을 적습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던 유월의 하루, 여느 날과 다름없이 서점 오픈 준비를 하고 자리에 앉아 습관처럼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했습니다. 모교 총동창회에서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부고] 88 김현진 동문 본인상

빈소: ㅇㅇ대병원

발인: 6월 ㅇㅇ일(수)


잠깐, 김현진이라면, 내가 아는 그 김현진 교수님인가? 교수님이 같은 학과 출신의 선배님인 건 알고 있었는데, 88학번이었던가? 동기 중 유일하게 연락하는 친구에게 반년 만에 문자를 보내 자초지종을 알아보던 차에 띵- 하고 문자 알림음이 울렸습니다. 이번에는 85학번 모 선배의 아내상이라는 내용과 함께 ‘88 김현진 동문 별세’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아, 교수님이 맞구나. 우리 김현진 쌤이 돌아가신 거구나.


바로 한 해 전 여름의 초입, 이사를 앞두고 어수선하던 서점으로 찾아오셨던, 맑은 다홍색 블라우스에 하얀 바지를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특유의 짧은 머리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로 인사를 건네던, 십 년 만에 만난 제자의 이름을 망설임 없이 부르던, 서점 손님들 앞에서도 주저함 없이 한 번 안아보자며 와락 껴안고 등을 지그시 눌러주던, 김현진 쌤.


건축가, 엄마, 교사, 사업가, 그리고 이 모든 걸 모자람 없이 해낸 여성. 열정을 품고 설계실을 드나들던 학창 시절에도, 아이 대신 개를 돌보며 작은 책방을 꾸려나가는 지금도, 김현진 교수님은 저에게 멀리 비추는 큰 빛이자 언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불이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난 허망함을 그가 남긴 좋은 책이 채워주는 것 같아 조금은 다행입니다. 이번 7월의 책은 여러 마음에서 비롯한 추천이지만, 그러한 마음을 다 비워내고도 <진심의 공간>은 좋은 책이니 더 많은 독자들에게 가 닿았으면 합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3년 7월의 책

김현진 건축가의 <진심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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