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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Jul 27. 2023

<단지 유령일 뿐>

2023 낫저스트북클럽 8월의 책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여름만큼 소설을 읽기 좋은 때가 또 있을까 싶어요. 내리쬐는 태양 아래 나무 그늘만 골라 지그재그로 길을 걸어 도착한 동네 단골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적당히 차가운 공기가 땀방울 맺힌 이마에 닿아 달았던 몸이 금세 서늘해집니다. 늘 앉던 자리엔 먼저 온 손님이 있어 창가 자리에 가방을 내려두고, 주인장이 추천하는 커피를 차갑게 주문합니다. 의자에 앉아 잠시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다 커피가 오면 얼음-땡! 한 것처럼 눈이 맑아지고 가쁜 마음으로 책, 가방 속의 책을 찾아 꺼냅니다.


이럴 때 읽기 좋은 책이란 좋은 단어로 벼려 쓴 시집일 수도, 솔직한 내면을 담담히 써 내려간 에세이일수도 있겠지만 저로서는 푹 빠져 읽고 마는 소설 말고 다른 건 떠오르지 않네요. 모두가 떠나고 싶어 하는 계절이니, 이국의 풍경을 잘 그려낸 소설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화자에 깊이 몰입해서 책 속의 상황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마치 가상현실 체험 안경을 쓴 것처럼 전후좌우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익숙하던 카페가 미국의 낯선 도시, 프랑스의 작은 마을이 됩니다.


유디트 헤르만은 사실과 감상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문장으로 인물의 심리와 그들이 처한 상황을 가장 세련되고 문학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는 소설가입니다. 그의 단편을 모은 <단지 유령일 뿐>은 많은 애서가들에게 나만 알고 싶지만 모두에게 알리고 싶기도 한 책으로 통합니다. 저 역시 이 책을 무척 애정해서 훨씬 전부터 북클럽을 통해 소개하고 싶었지만 아끼고 아끼다 ‘지금이다!’ 하는 마음으로 내어놓습니다. 요즘처럼 소설 읽기 좋은 시절에 이렇게 좋은 소설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책을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누리고 싶어서요.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3년 8월의 책

유디트 헤르만의 <단지 유령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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