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은솔 Jun 26. 2024

<이방인>

2024 낫저스트북클럽 7월의 책

몇 해 전부터 이따금씩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 매주 만나고 서로를 걱정하는, 일상이 섞여서 공동으로 흘러가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정치, 사회, 문화, 철학적 관점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것을 외면할 것인가, 바로잡을 것인가? 바로잡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의 관점은 물론 반대 입장에 대해서도 입증 가능한 객관적 증거와 함께 주관적으로도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가.


외면한다면? 당장은 문제없이 어쩌면 상당기간 변함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관계 유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일 겁니다. 사람들 앞에서 다수의 입장에 동의하는 듯 보이는 그가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대화에 벽이 생기고 결국 관계 단절이 일어날 수밖에 없겠지요.


요약하자면 위선 대 솔직함, 사회적 규범 대 가면 속 진짜 얼굴에 관한 생각입니다. 상황을 나열해 목록을 만든 뒤 옳고 그름을 표시해 가며 하나씩 해결할 문제는 아닙니다. 인간은 단순한 존재일지언정 인간이 속한 사회와 우리가 사는 세상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소가 다자간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곳이니까요. 고자극과 요약본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선한 악인과 악한 성인보다는 절대악과 절대선의 분명한 대립과 해결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실제 우리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학의 눈이든, 철학의 틀이든, 책과 현자의 도움을 받아 겨우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물론 내게 힘이 있더라도 그딴 비이성적인 양심을 당신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말할 것이다. 나 역시 아무리 합리적이고 아무리 계몽적이라도 당신의 양심을 내게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양심에 근거한 윤리는 내재적으로 선동적이다. … 이런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이라도, 양심에 근거한 윤리는 ‘틀리면’ 위험하고 ‘옳으면’ 존경스럽다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심란하리만큼 신속하게 태세 전환을 한다.”


- 조앤 디디온,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 돌베개.



낫저스트북클럽 이달의 책을 선정할 때는 보통 추천하고 싶은 책을 먼저 고르고 그 이유를 글로 정리해 쓰는데요, 이번에는 반대였습니다. 머릿속을 맴돌던 고민이 근래 더 자주 불쑥 튀어나 말을 걸어왔고, 습관처럼 책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머릿속 서가를 주욱 둘러보며 몇 권 꺼내 다시 며칠을 생각하다가 하나씩 추리다 보니 마지막에 손에 들려있던 책이 바로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답을 찾았냐고요? 그럴 리가요. 책 한 권으로 고민이 해결될 거라면 삶이 이렇게 복잡하고 고달플리 없겠지요. 다만 카뮈라는 천재적 작가가 한마디 보태어주었으니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는 틀림없겠지요.


소설에서 그린 살인이나 극단적 냉소 등을 표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선악의 판단을 하기보다 각각의 사건과 상태가 상징하는 우리 삶의 모습을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자극이 어느 날 칼날처럼 날아와 꽂힌다던지, 나와 다른 집단은 덮어놓고 반대부터 한다던지, 진심이 아님에도 ‘남들이 다 그러니까' 나도 눈물을 흘리거나 미소를 짓지는 않는지 말입니다. 잘못을 가려내고 교화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번쯤은 멈추어 생각해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독서의 효능은 제대로 이루어지는 셈이니까요.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4년 7월의 책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짐을 끄는 짐승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