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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Aug 30. 2024

<너무 한낮의 연애>

2024 낫저스트북클럽 9월의 책

누가 이상형을 물어보면 ‘비 오는 날 스티비 원더를 듣는 사람’이라고 대답하던 때가 있었어요. 부러 있어 보이려고 한 대답은 아니었고,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늘 그게 뭐냐며 빈축을 샀지만, 저는 진심이었습니다. 지금도 변함은 없어요. 이제 이상형이 쌍수 들고 달려와도 슬쩍 피하고 본다는 것만 빼면. 그러니까, 여기서 포인트는 스티비 원더를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낭만이란 다른 삶을 살아온 타인과도 공유 가능한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음악 취향의 수준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내리는 비에 짜증 내지 않고, 빗소리와 풀냄새에 떠올릴 수 있는 음악가가 있고, 원하는 때에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 이, 그리고 그가 살아왔을 삶을 동경하는 것이죠.


<너무 한낮의 연애>는 현실적이면서도 일어날 법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익숙한 사랑 이야기를 모은 소설집입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매력적인 인물들일 것입니다. 평범하지만 평면적이지 않은 인물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의 연애를 하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그들과 내가 겹쳐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찌질하고 불쌍하기까지 한 그들의 사랑이 부럽기도 합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타인의 연애가 가슴에 콕 박히는 건 비 오는 날 스티비 원더를 듣는 이가 이상하면서도 궁금한 마음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낭만 말입니다.


바야흐로 가을,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겁고 여전히 에어컨에 의지해 하루를 버티지만 지친 퇴근길에 예고도 없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아 그렇지, 가을이구나, 하며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9월입니다. 눅눅해진 마음에 깨끗한 공기를 불어넣듯 이 책을 읽어보셨음 해요. 그리고 가까이 부려진 문제들에 시선을 빼앗겨 다가온지도 몰랐던 가을 하늘, 선선한 바람에 마음을 빼앗기시길 바랍니다. 낭만적인 계절이니까요.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4년 9월의 책,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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