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jay Aug 20. 2023

#3. 송민호, '겁'

태양에 가려진 곡

'쇼미더머니'는 모든 시즌을 통틀어 시즌4~5 시점이 대중을 힙합씬으로 가장 많이 끌어들인 시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누가 우승을 할지 기대를 많이 하면서 봤던 시즌이 4라고 할 수 있겠고, 시즌 초반부터 아이돌 출신의 송민호가 시즌3의 바비처럼 우승을 거머쥐게 될지 여부를 놓고 시청자와 참가자 모두가 주목했다. 흥미롭게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참가자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구호를 반복함으로써 아이돌 출신 우승자를 반복적으로 배출해 내는 행위 자체가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을 식상하게 만든다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언더독 효과'를 노리는 듯했다. 물론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송민호는 바비 못지않은 랩실력을 보여주며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다들 알듯이 시즌4 우승은 베이식이 차지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경연 중에 기존에 출시했던 음원(GANZI)을 사용했음에도 곡의 1절 가사를 통으로 절었지만, 운 좋게 투표를 통해 '아이돌 우승후보' 송민호를 이긴 래퍼가 됐다. 우승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시즌4와 나머지 쇼미더머니 전 경연을 통틀어 가장 멋진 무대 중 하나로 송민호의 '겁'을 꼽는 편이다. 또한 나는 베이식이 상대적으로 랩을 더 잘해서라기보다는 송민호의 경연곡 '겁'의 완성도 때문에 오히려 자기 기세가 꺾였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 곡에서 피처링을 같이 했던 태양의 넘사벽 보컬로 인해서 오히려 자신이 그간 주목받았던 빛을 태양에게 넘겨줘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는 빅뱅은 알았어도 태양은 잘 모를 때여서, 그가 이 경연(2015년)이 있던 1년 전에 발표한 <눈, 코, 입>을 통해 이미 그가 자기 보컬 색깔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아무튼 이 경연에서 준비한 피처링에서 나는 송민호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태양만 도드라지게 보였고, 그의 '어나더레벨 보컬'에 감탄하기도 정신이 없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그 곡을 들으며 '랩 아무리 잘해도 넘사벽 보컬을 만나면 다 소용없구나' 생각될 정도로 태양의 보컬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그런 연유로 힙합이 대중음악으로 발전하는 데에 싱잉랩(멜로디가 있는 랩)으로의 변화가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태양의 신보를 들으면 종종 떠오르는 기억이 '쇼미더머니 시즌4' 에피소드라서 한번 적어봤다. 다시 찾아본 경연 장면에서도 태양의 보컬과 퍼포먼스는 참.


https://www.youtube.com/watch?v=bgLah5W7yK0


*덧글: 이건 딴 얘긴데, 내가 '쇼미더머니' 모든 시즌의 경연 중 가장 좋아하는 무대는 루피의 'SAVE'다. 그리고 이 무대는 경연으로 보는 게 음원으로 들을 때보다 더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2. 가수 장두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