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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jay Aug 19. 2023

#2. 가수 장두석

<사랑한다 해도>의 기억

https://vibe.naver.com/album/4443504


'시커먼스', '부채도사'로 유명했던 개그맨 장두석(님)이 가수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 어린 마음에 꽤나 낯선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당시엔 예능이니 연예인이니 하는 두리뭉실한 개념 없이 개그맨, 엄밀히 말해 코미디언이면 코미디언, 가수면 가수, 배우면 배우여야 하는 구획이 명확하던 때였고 가끔 박남정이나 이승철 같은 톱가수들이 자신의 유명세를 통해 한 두 편 영화를 찍던 시절이었다.


여하튼 희한하게도 장두석이 '사랑한다 해도'라는 타이틀 곡을 들고 가요톱텐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에 처음 나왔을 때가 아직까지도 종종 기억날 때가 있다.(검색해 보니 1990년이다.) 그는 통기타를 들고 나와서 개그감 1도 없이 단조로운 멜로디의 그 노래를 열창했다. 노래 중간중간 그의 표정을 보면서 갑자기 사소한 개그를 하지는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곡의 진행이나 음악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역시나 후렴을 지나 곡이 끝날 때까지 '개그맨 장두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말 흥미로운 사실은, 말로 웃기던 사람이 음악 프로그램에 나와서 아무런 토크 없이 노래를 부르는 대략 3-4분간의 시간 동안 나는 표현하기 힘든 긴장감을 느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얼굴의 그는 노래에 집중하는 듯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고 멜로디 중간이나 간주 부분에서 그의 심호흡이 느껴질 때면 내가 무대에 선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경직된 자세로 지켜보아야 했다.


아마도 나는 그때 그곳에서 생긴 잠시 동안의 어색하고도 경직되었던 공기를 TV 화면으로나마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장면을 나처럼 기억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개그맨의 가수 도전을 응원했던 시간, 혹은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는 비평의 시간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하여튼 희한하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무엇 때문에 나는 아직까지도 그 장면을 잊지 못하고 종종 떠올리게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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