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jay Aug 18. 2023

#1. 방탄소년단

<비욘드 더 스토리>를 읽고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848042


방탄소년단의 화보가 담긴 책 <비욘드 더 스토리>를 구입하려 하자 아내가 비웃었다. 사실 BTS '덕질'은 아내가 시작했는데 이제 아내는 여느 아이돌이나 남자 배우를 좋아했다가 시큰둥해지는 루틴을 지난 느낌인데 나는 아직도 BTS에 꽂혀서 이렇게 그들의 음원이나 출판물을 검색해서 소비하고 즐거워하며 종종 감동받고 있다.


이제는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아미'들도 그렇겠지만 중년 남성인 내가 BTS에 꽂히는 이유가 뭘까 종종 생각해 본다. 크게는 두 가지 정도를 말할 수 있겠다. 하나는 젊음에 대한 동경 또는 회한 같은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그들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스토리이자 성장 소설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을 사랑하는 많은 중년 여성팬들이 가진 팬심에는 상당 부분 따론 조카나 아들처럼 걱정하고 지지하고 그들이 매사에 무탈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인 것을 보면 그렇다. 나 또한 그들이 십 대 연습생 때부터 데뷔 후의 힘든 시기를 거쳐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여정, 특별히 그 과정 속 날 것들을 그대로 보여준 부분들이 인상적이었고 더욱 그들을 아끼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그들의 노력이 아닐까 싶다. 나는 매사에 진심인 적이 별로 없다. 아주 오래전을 떠올린다면 유년기 시절에 부모가 한 번의 이혼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국민학교 5학년 시절 같은 반 옆자리에 앉아 친절하게 대해주던 짝꿍을 짝사랑하게 되어 2년 동안 쫓아다니다가 번번이 거절당했던 기억 등이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어쨌거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내 맘대로 되지 않고 노력해도 얻어지지 않는 게 있다는 회의감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잘하고 싶었던 많은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을 살았는데, 일례로 입시공부도 죽기 살기로 하지 않았고 태권도나 악기를 배울 때도, 우정도 연애도 학업도 회사 생활조차 여유와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마음이 나를 최선의 노력으로 이끌던 매 순간 멈칫거리면서 그 열정을 마음껏 불사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엄밀히 말하자면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기보다는 항상 마진을 남겨두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BTS는 나완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그들은 매사에 간절하고 매사에 진심이었고 하루하루를 연습 과잉, 노력 과잉으로 살았다. 물론 그들이 지치고 소진되던 시간들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자신이 사랑하고 추구하는 음악, 아이돌 데뷔라는 목표나 지향점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선을 지킴 없이 매번 질주했고 자신들의 몸을 던졌다. 심지어 한창 성공을 이루던 시기에도 매 공연마다 탈진해서 쓰러질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남준(RM)은 이렇게 살다 간 목숨이 축나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는데,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나는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도 속이 불편하곤 했다. 사실 그런 지점에서 BTS에게 끌렸던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내가 그들의 나이에 매사에 그들 같은 진심의 삶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왜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동경, 그리고 회한의 마음을 자주 그들에게 투영하는 것 같다.


서른을 넘기고부터 나는, 어른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 그리고 후자는 자주 정말 나이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데 BTS는 그런 생각의 현현이 되어 주었다. 이렇듯 그들의 과거와 현재에서 나는 아직 배울 게 많다.


*덧붙임

방탄소년단의 책 <비욘드 더 스토리>가 7/19일 자 NYT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