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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짓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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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Sep 01. 2023

현장방문은 얼마나 자주 하는 게 좋을까?

집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뜨던 날, 시공사 직원 한 분이 ‘집 짓는 동안 건축주가 현장에 자주 오지 않는 게 낫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현장에 불쑥불쑥 찾아가면 일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 참견하면 나라도 싫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긍이 갔다. 나는 원래부터 현장에 자주 방문하고 싶지도 않았다. 일하시는 분들을 지켜보는 것도 어색하고, 감시한다는 기분을 들게 할까 봐, 지켜본다 한들 보는 눈이 없어 모르는데 자주 방문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집 짓기를 준비하면서 현장과 밀착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귀찮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서 최대한 현장 방문을 하고 싶지 않았다. 착공날 시공사 직원이 현장에 자주 오지 말라는 말이 나의 이런 생각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방문하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또 현장을 방문할 때는 아무 때나 불쑥 찾아가지 않고 꼭 미리 약속을 하고 갔는데, 내 땅이고 내 집이기도 하지만 일하는 분들의 일터이기도 하니 그분들을 존중하려는 나름의 표현이었다.


공사 초기에는 현장에 방문하여 소통이 잘 되는 젊은 현장소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루가 다르게 집이 지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워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현장에 방문했다. 그런데 공사가 진행될수록 서로 삐걱거리는 일이 하나둘 생겼다. 현장 소장님의 시공 경험이 많지 않아 중요한 공정 때는 시공사 대표님이 때때로 현장을 방문해 보완해야 했다. 점점 온갖 걱정이 들기 시작하면서 현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어디가 잘못되어 있지는 않을까? 서로 얼굴 붉히게 되지는 않을까? 잘못된 것이 있는데도 모르고 지나가는 건 아닐까? 현장 방문이 두렵고 부담스러워 점차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현장에 자주 가지 않게 되면서 지켜보지 못한 만큼 잘못된 것을 바로바로 수정하지 못했고, 원하는 바를 제 때 전달하지 못해서 공사에 불만이 많아졌다. 봐도 모르는데 지켜본 들 의미가 있겠나 싶었는데 의미가 없지 않았다. 설계하면서 이미 충분히 도면을 탐구했기에, 이상한 부분은 전문지식이 없어도 그냥 눈으로 봐도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하루 종일 붙어있는다고 해서 반드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닐 거다. 하루 종일 지켜보고 있어도 잘 모르고 넘어가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뭐가 잘못되어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일하시는 분들이 싫어하실까 지나치게 신경을 쓰며, 무슨 간식을 사갈지부터 고민되고,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현장 방문을 피한 것이 후회된다. 더 자주 현장에 나가서 소통을 했으면 좋았을걸. 부담스러운 현장 방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방문했을 때, 일하시는 분들과 눈 마주치고 현장의 공기를 느끼고 오면 늘 보람찼는데 말이다. 현장소장님으로부터 공사 진행 상황을 담은 사진을 받고, 수시로 연락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 소통하는 것을 대신하기에는 부족했다.


집이 다 지어지고 입주한 후, 울타리 공사 등 마당 공사를 했는데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때 일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보게 되었다. 노고를 직접 봤기 때문에 조금 잘못 공사된 부분도 속상하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때그때 즉시 내가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었고, 일하시는 분들도 내게 바로 물어볼 수 있었다. 조경 공사는 공사 범위가 작고 공사 기간도 짧으며, 내 집에서 편하게 일상을 유지하면서 지켜볼 수 있었기에 비교적 쉬운 일이기는 했다. 집 짓는 현장이라면 그렇게까지 붙어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현장이 먼 경우에는 자주 오가기도 힘들다. 그래도 최대한 자주 시간 약속을 하고 방문하여 현장과 밀착해 제 때 소통을 하는 게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럴 때 일하시는 분들과 건축주 모두 귀찮고 힘들기는 해도 더욱 완성도 있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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