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집짓기3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한무 Oct 13. 2023

애증의 현장소장님

계단 공사 수정하며

단독주택 시공기간은 목조주택이 평균 4개월 정도, 콘크리트 주택은 6개월 정도로 잡는다. 우리 집은 9월 초에 착공해서 4개월 후인 12월 말에 입주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입주는 2월 중순이었으니 시공기간은 5개월이 조금 넘었다. 내장목공 팀 일정으로 인해 공사가 중간에 2주 정도 중단되었고, 계단을 수정하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준공이 지연되어 목표했던 것보다 한 달 정도가 더 소요되었다. 


나는 아이 개학 전에만 입주하면 되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좀 천천히 갔으면 했다. 결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져 숨이 턱까지 찼을 때 내장목공이 2주간 중단되는 것이 기뻤다. 현장이 너무 빨리 돌아가서 따라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생기자 살 것 같았다. 


그런데 공사 세 달 째인 11월 중순, 추위가 일찍 찾아와서 매일 오전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한파가 오기 전에 어서 마무리가 되어야 할 텐데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추위 때문에 일하시는 분들의 작업효율도 떨어질 테고 고생도 될 텐데 걱정이 되었다. 


거기다 현장소장님의 실수로 도시가스 인입 신청을 미리 해놓지 않아 입주가 완전히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도시가스 인입은 추운 겨울에는 하지 않는 모양이다. 최악의 경우 올해 안에 공사 일정을 잡지 못하면 날이 따뜻해지는 내년으로 미뤄진다며 현장소장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그랬는지 어쨌는지 '설마 내년으로 미뤄지겠어'라는 생각에 오히려 현장소장님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다행히 설마가 사람잡지 않고 도시가스 인입공사는 예정대로 잘 이루어졌다. 


연말이 가까운 어느 주말, 세 식구가 현장을 방문했다. 밖에는 연말 분위기가 한창이었지만 연말이고 주말이고 없이 작업자분들이 집 안팎에서 부지런히 작업을 하고 계셨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완성돼서 예전처럼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 집 계단은 일자로 된 철제 계단이다. 철로 난간과 옆판, 계단판을 제작하고 나무로 디딤판을 올렸다.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며 집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계단에 발을 디딜 때 디딤판이 좁아서 불편했다. 현장에 갈 때면 늘 가지고 다니던 줄자로 디딤판 깊이를 재어보니 200mm밖에 안되었다. 내 발 사이즈가 245mm인데 디딤판이 200mm인건 상식적으로도 너무 좁지 않은가. 현장소장님께 불편함을 호소하니 건축사무소와 협의 하에 진행되었다며 문제없다고 한다.


좀 이상해서 건축사무소와 연락을 하려고 하니 이미 종무식을 한 상태인 데다 주말 저녁이어서 연락드리기가 망설여졌지만 급한 마음에 건축 사무소 소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소장님은 계단 디딤판은 최소 230mm가 되어야 한다며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우리 집의 계단 디딤판은 250mm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현장소장님은 왜 200mm로 사무소와 합의했다고 했을까? 착각했던 건지, 실수인 걸 알면서 인정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현장소장님과 처음에는 소통이 무척 잘 되어 만족스럽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젊고 잘생긴 현장소장님은 나와 말이 잘 통했다. 단점이라면 시공경험이 부족하다는 거였고 그래서 시공사의 대표님과 다른 현장소장님이 함께 우리 집 현장을 체크해 주었다. 이 상황이 불만일 수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우리 집을 봐주니 오히려 나는 좋은 쪽으로 생각했다. 현장소장님이 좋은 시공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현장소장님이 원하던 타일거래처를 내가 거절하면서 관계가 조금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자꾸만 실수가 늘어가고 어려운 작업은 피하려 하니 나는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다. 중대한 부분이 아닌 이상은 실수는 그냥 넘어가고 작업 방향도 쉬운 쪽으로 바꾸면서 최대한 갈등을 피하려 했지만, 겉으로만 고요하면 뭐 하나, 내 속은 썩어 들어갔다. 현장 소장님은 실수나 잘못이 생겼을 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시정하기보다 변명과 회피를 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실망과 불신이 쌓여갔다.


공사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00mm인 계단 디딤판을 수정하려면 준공 시기도 지연되고 비용도 드는 일이었으니 현장소장님이 감당하기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소장님은 수정을 회피하기 위함인지 억울한 일인건지 건축사무소와 협의된 일이라는 말만 했다. 결국 건축사무소 소장님이 나서서 시공사의 대표님과 협의하여 해결이 되었다. 회사 대표 차원으로 가야 일이 이렇게 빨리 풀리니 '사장 나오라 그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싶어졌다. 진짜로 누구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표님들 차원에서 신속하게 잘 해결되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 짓는 동안 내가 보냈던 어느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