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사람의 민낯
나는 내성적인 편이라 누군가에게 날 드러내는 게 어색하다. 내 자랑을 늘어놓는 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못하겠고, 다른 이에게 칭찬을 받으면 몸이 베베 꼬인다. 그래서 글로 쓴다. 인스타그램을 한다. 인스타그램은 일기 같아서 일단 나 혼자 포스팅을 올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면 장땡이다. 근데 웃긴 건 그렇게 올린 내 포스팅을 누군가가 봐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조회수가 올라가고 좋아요가 눌릴 때 기분이 좋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란 걸 인정받는 기분이다. 뭐지?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알아서 날 알아봐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인걸까?
또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글쓰기 최적의 장소를 항상 꿈꾼다. 조용한 공간, 나즈막히 나오는 재즈 음악, 까페이면 더욱 좋겠고 나만의 작업실이면 더더욱 좋겠다. 혹은 디지털노마드족 처럼 노트북을 갖고 다니면서 시간과 장소를 게의치 않고 어디에서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써내려가는, 그런 환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평일에 비해 자유시간이 넘쳐나는 주말에 양질의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만 막상 그 시간엔 티비를 보거나 밀린 잠을 잔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아휴 빨리 집에가서 책 읽고 밀린 작업을 해야지' 싶지만, 막상 집에오면 저녁 먹고 설겆이 하고 티비 좀 보다보면 졸려서 잔다. 피곤하니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집중도가 0이 된다. 언제 제일 집중이 잘 되고 아이디어가 샘솟냐면, 바로 회사에서 그것도 일이 제일 많아 엄청 바쁠 때. 아니면 바쁜 와중에 잠시 짬을 내어 화장실에 갔을 때 폐쇄된 공간 안에 스스로 갖혀 있을 때가 제일 좋은 문장이 많이 생각난다(그 문장들은 화장실 칸막이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모두 사라져버린다). 회사 출근하는 게 싫은데 회사에만 오면 글이 잘 써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심지어 우리 회사는 글과 1도 관련이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결국 회사에서 하는 딴짓이 내 집중력의 200%를 활용하는 활동인 셈이다.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너무 외로우면 안 되고, 속물처럼 돈을 추구하고 싶진 않은데 가난하게는 살고 싶지 않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많이 읽진 못하고, 책방 주인이 되고 싶은데 월세도 못낼 정도로 매출이 안나올까봐 무섭다. 독서 토론을 하고 싶지만 앞에 나서는 게 무섭고,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으나 비난이 날아올까봐 또 무섭다. 비싼 옷을 사서 입고 나설 때 남들에게 속물처럼 자랑질을 하고 싶진 않지만 그냥 알아봐줬음 좋겠고 또 안알아봐주면 서운하다(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 스스로도 이상한 성격같다 생각한다). 착하게 살고 싶은데 그렇다고 바보처럼 당하고 살고 싶진 않고, 불의를 보면 화가 나지만 선뜻 나서기엔 해코지 당할까봐 무섭고,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철없단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나란 사람은 모순 덩어리인걸까.
모순 덩어리로 태어난걸까. 평생 모순 덩어리로 살아야만 하는 걸까.
이 또한 내 모습이니 사랑해주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