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리뷰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했습니다.
정우성과 곽도원, 두 배우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포스터에서 짐작했다. 엄청난 액션 블록버스터가 되겠구나. 북한 군복을 입은 정우성을 보니 남북 갈등이 소재인 것 같다. 언뜻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초라 불리는 영화 <쉬리>와 겹쳐 보인다. 왠지 모르게 뻔한 스토리일 것만 같지만 벌써부터 실망하긴 이르다. 데뷔작 <변호인> 을제대로 성공시킨 양우석 감독의 4년 만의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두 명의 철우가 등장한다. 하나는 북한의 엄철우(정우성), 다른 하나는 한국의 곽철우(곽도원)다. 북한 최정예요원인 엄철우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공격을 받은 북한 1호와 함께 한국으로 내려온다. 북한을 점령한 쿠데타 세력은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마지막 임기를 보내던 대한민국 대통령은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미국에 선제공격을 할 것을 요청한다. 그 사이 한국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는 총상을 맞은 북한 1호가 한국에 숨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찾아내 한반도의 전쟁을 막겠다는 생각으로 엄철우에게 비밀 작전을 함께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영화 제목 <강철비>는 실제 존재하는 클러스터형 탄두의 별칭 ‘Steel Rain’ 을 직역했다. 이 미사일은 살상 반경이 크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 금지 협약을 맺을 정도의 무기라고 한다. 엄청난 파워를 가진 이 미사일을 영화 제목으로 사용한 것도 모자라 등장인물 둘의 이름까지 ‘철우’로 지은 데엔 분명 감독의 의도 있을 것이다. 아마 두 인물(혹은 대한민국과 북한이라고 해석해도 되겠다)이 합심하여 핵전쟁 위기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양우석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북한과 북한 핵, 북한에 사는 우리 동포들 그리고 현재 남북이 가진 현재 정치구조들, 남북을 바라보는 중국ㆍ미국 다양한 세계의 시각들을 영화로라도 한번 소프트하게 공유했으면 싶은 마음에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영화에는 2017년 현재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잘 표현되어 있다. 겉으론 동맹관계라 하지만 사실 남북한의 분단체제를 이용해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들을 꼬집고, 핵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국민들의 슬픈 현실을 함께 보여주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법한 상황을 감독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덤이다. 양우석 감독의 목적이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였다면 성공이다. 장르도 소재도 타깃 관객층도 확실하다. 그리고 그 목적에 제대로 충실했다. 거기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생각거리까지 던져주니, 근래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영화가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극히 남성 중심의 영화였다는 점, 여성 등장인물들이 중반부 이후 점점 사라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는 14일에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