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활주로가 있는 밤 Aug 14. 2022

공기업의 점심시간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직 밥을 많이 먹을 나이입니다. 어려서는 할머니부터 머리가 조금 커지고 나서는 어머니께서 밥 좀 가리지 않고 많이 먹어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아마, 회사에서 밥 먹는 걸 보신다면 두 분이 그만 먹어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점심시간 뭐 일단 휴식시간입니다. 일분이라도 식당을 빨리 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뛰듯이 올라 가장 줄이 짧은 곳에 본능적으로 자리 잡습니다. 밥은 많이 그리고 빨리 먹습니다. 현장직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회사 밥은 그럭저럭 맛있고 양도 많습니다. 먹고 나면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짬을 쪼개 공항을 산책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바로 자리에 착석합니다.


드폰을 5분만 볼까 하면,

메시지 답장> 게임 출석체크> 뉴스헤드라인훏기> 직장인 유머 게시판> 창고방출 특가 정보> 너 튜브 알고리즘 순으로 어느샌가 15분은 흘러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감습니다. 5분이라도 단잠을 자야 합니다. 눈을 감으면 아직 1분밖에 안 지난  같은데 벌써 점심시간 끝을 알리듯 사무실이 분주해집니다. 일어나 냉수 한잔을 마시며 점심 먹으면 퇴근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자도자도 끝이없습니다. 점심먹고나서는 역시 퇴근하고싶네요.

점식식사 마음이 편해지는 개인 공간이 회사에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 합법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아도 괜찮은 곳.

아서 주식어플> 뉴스 헤드라인> 기타 등등을 보고 일어납니다. 빨간 주식차트를 기록할 때에는 화장실 시간도 짧아지고, 푸른 차트인 날에는 화장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나옵니다. 파란색 때문에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입니다.


나머지 시간은 참고 참아 일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일찍 집에 갈 수 있거든요. 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휴식은 집에서 하는 게 아무래도 마음이 편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퇴근해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회사일로 스트레스 안 받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