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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봉씨 Nov 26. 2018

공모전 수상

그림작가와 글작가

그림책 부문 상을 받았다.

수상소감을 발표하는데 문학 수상자가 먼저 나갔다.

... 말들을 너무 잘한다. 유명인의 말까지 인용하며 (oo작가가 이런 말을 했죠......) 막힘 없이 유려하게 발표하는 걸 보니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옷 위로 심장이 뛰는 게 보일 정도였다. 저렇게 준비해야 하는 거야? 방금 생각했던 소감마저도 백지가 되었는데 어쩌지? 글작가의 여유 넘치는 소감을 들으며 모두들 웃을 때. 나도 같이 웃는 얼굴을 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머리가 텅 비어있었다. 


드디어 그림책 부문 시상식.


나 포함 세 명이 호명되었다. 셋 다  너무 구석에,  벽에 붙을 정도 서있다.

사회자분이 앞으로 좀 나오시란다. 

수상소감도 문학팀의 5분의 1 분량 정도로 짧다. 게다가 난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 책 수상소감에 왜 언니들의 험담을 하고 사람들을 웃기고 있는지, 앞 뒤는 맞게 얘기하고 있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제 언니가 어릴 때 놀아주지 않아서 심심해했던 시절을 담았습니다. 언니를 시상식에 초대해서 안 놀아준 덕에 상 탔다고. 고맙다고 면전에 이야기해주고 싶었는데 아이 학원 때문에 못 온다고 하더라고요."

.

.


마지막 작가분은 머뭇대다 거의 인사만 하고 나가셨다. 엄마 얘기에 울먹인 걸 수도 있다.

작년엔 수상소감을 아예 안 한 작가도 계시다고 하니 정도면 근사한 소감인가.


출판사에서 말하길 글작가와 그림작가의 분위기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글작가의 지인들은 바글바글 와서 수상을 축하해주는 분위기라면, 그림작가는 수상 소식 조차 말 꺼내기 힘들어하고, 왁자지껄하게 와주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아무래도 글작가는 언어적  재능뛰어나 그런 본인의 철학이나 넘치는 생각들을 외부에 발산을 하며 인간관계를 자연스레 쌓을 수 있 것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림작가인 나의 경우는 가만히 집에 앉아 말없이 작업하는 게 제일 편하다. 사실 누군가 집에서 몇 달 동안 안 나가고 꼼짝 않고 있으라고 하면 난 기꺼이 그럴 수 있다. 

이런 생활이 오래도록 습관이 되다 보니 사람들이 많고 주목이 되는 자리에선 자연스레  나를 보호해 줄 벽에 의지하는 상황이 된다.


앞으로 또 나설 일이 생긴다면

나는 분명 준비 없이 떠오르는대로 실없는 말을 하 내려올 것이다. 나는 뭘 하든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무적으로 느꼈던 것은 시상식 후 식사하러 가는 길에 나의 소감을 기억해주 까마득한 어린이 문학 대선배님께 흥미를 느끼며 함께 걸어주셨다는건데, 이 정도 관심이면 준비 없이도 꽤 성공적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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