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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봉씨 May 29. 2019

특정인을 위한 5월.

작년, 5월 이야기.

2018.5.11


생각은 많지만 일기를 쓰고 싶은 날은 별로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처럼, 마음이 편할 땐 sns도 잘 안 하고, 일기도 안 쓴다.
힘들 때 정서불안처럼  뭐라도 써야, 그리고 알려야 직성이 풀리는 심리는 무엇인 걸까.
나의 종이 일기장은 늘 근심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과거를 추억하려 다시 읽기엔 되게 부끄럽고 어리석은 속마음이 가득하여 꺼려진다.
행복은 조용히 누리고 싶으면서 불행은 나누고 싶어 하는 건 내게 관심을 달라는 우회적 표현인 걸까?
그리 생각하니 내 일기들이 유치해 보였다.
오늘은 일기를 쓰고 싶지 않은 날인데 왜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약간 알고 있지만 적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글로 옮기면 지치도록 길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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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연습을 하고 밤 12시쯤, 검암 전철역을 빠져나오며 내게 맞는 삶은 무엇일까. 하며 교통비 때문에 꺼려지는 택시를 탔다.
가계부에 한 달 교통비를 9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번 달은 월초부터 무려 홍대-검암 택시를 탑승했으니 9만 원의 목표는 이루기 힘들겠다.


8일, 어버이날에 금을 팔았다.
창작을 하느라 세 달여를 급여 없이 지냈더니 어느새 통장에 40만 원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서러워지고 침울해졌다.
금을 팔았더니 한 달 살 수 있는 돈이 입금됐다.

기분이 좋아져서 입금되자마자 부모님께 조금 보내드렸다.
그리고 남자 친구 회사 앞에서 퇴근을 기다렸다가 맛있는 걸 사줬다. 그동안 가난을 이유로 지갑여는 걸 돌처럼 무겁게 대했는데, 오늘은 금을  날이니까!
식사 후 둘이 나란히 전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대화했다.


"어버이날도 있고, 어린이날도 있고 근로자의  날도 있지. 나 같은 프리랜서는 근로자의 날에 해당되지 않고, 오빠 같은 공무원도 해당 안 돼. 실제 우린 그날 쉬지도 못 했잖아. 정작 힘든 건 우리 2,3,40대야. 취업난에, 적은 급여에, 높은 물가에... 한창 바득바득 살려고 일하는 우리들. 그런 우릴 위한 날은 왜 없는 거야? "


"근로자의 날은 잘못됐어. 노동자의 날이 맞아.
5월도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아닌 '가족의 날'이라고 바꿔야 해, 그 달은 가족끼리 서로서로 토닥여주며 선물도 나누고 기분 좋은 달이 되는 거지. 해줄 게 없어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죄스러워지는 달이 아닌."

특정인을 위한 건 때에 따라 불편함을 준다.


약자석은 자리가 늘 비어있어도 참 앉기 불편한 자리이다.
반면, 새로 생긴 임산부석에는 늘 임산부 아닌 어르신들이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만삭인 나의 지인은 전철 계단도 오르내리는 것도 불편했다. 그러나 만원 전철에 아줌마가 임산부석에  앉아 계셔서 그 언닌 애초에 기대도 안 한 표정으로 서서 갔다. 난 옆에서 이런 상황에 짜증이 났었다. 잘못된 장유유서 사상에 고취된 사람인 건지, 그냥 매너가 없는 사람인 건지.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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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남자 친구와 전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며 가정의 달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특정 누군가를 위한 날, 특정 누군가를 위한 자리. 이런 게  없는 게 낫겠다는 얘기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마인드 맵 적 듯 단어 하나에 연관된 다른 경우를 말하 글로는 긴 듯 하지만 실제는 그리 길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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