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는 고객에게 가치와 신뢰를 주는 표현을 연습해야 합니다
1인 기업이 많아지고, 창업자의 나이가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젊은 대표가 많아진다는 뜻이죠. 문제는 저를 포함한 젊은 대표들이 대표다운 언행을 배우거나 연습할 기회가 적습니다.
학생과 직장인 시절을 보내면서 저자세로 윗사람을 대하는 언행은 보고 들으며 배우지만, 대표로서 고객과 직원을 대하는 언행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문화자본이 풍부한 대표들과 일부러라도 어울리고, 사람과 부딪혀보면서 대표다운 언행을 익혀가야 합니다.
오늘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처럼 고객에게 말하는 법 4가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부정형은 저자세로 약하게 들립니다. 부정, 불허를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쓰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가 “이거 먹으면 안 돼요?”하면 조금 안쓰러워 보이고, “이거 먹어도 돼요?” 하면 씩씩해 보이는 느낌입니다.
제 경험상, 어른 특히 대표가 부정형 표현을 쓰면 훨씬 유약해 보였습니다. 어리거나 젊다는 걸 고려해도 대표는 대표다워야 합니다. 부정형 표현의 대표는 고객의 동의를 구하기보다 고객의 윤허를 구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표는 회사와 직원을 위해 일을 따내고, 일을 성사해야 하는 직급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긍정형 표현을 연습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랑 일하시면 안 돼요?” vs “우리 회사랑 일하시죠!”
“안 될 건 없죠…” vs “네, 가능합니다!”
-
고객과 대화 시, 본인에게 더 유리한 날짜, 조건,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먼저 말하는 걸 연습해야 합니다. ‘안되면 고객과 조율하면 되지!’ 태도가 필요합니다.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가 어느 지점에 닻을 내리면 움직이지 못하듯이, 인간의 사고가 하나의 이미지로 박혀 판단에 그 영향을 받는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고객이 구체적인 사항을 먼저 언급하면 모를까, 프레임을 먼저 만들어서 고객이 따라오게 하세요. 급한 일이 아니어도 고객의 대답은 언제나 ‘최대한 빨리’입니다. 일의 주도권을 장악하세요.
고객에게 정말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대부분 내가 먼저 말한 프레임대로 일이 진행됩니다. 조율은 고객이 원할 때 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고객에게 주도권을 갖다 바칠 필요는 없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됩니다.
-
고객은 대표를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찾아옵니다. 정보 비대칭이 심한 분야일수록 특히 더 그렇습니다. 결과를 내면 구루(Guru)가 되고, 결과가 없으면 사짜가 되는 것이지요.
고객이 제게 역량 내의 일을 문의하면 자연스럽게 고객을 대하며 일을 진행합니다. 고객을 과도하게 안심시키거나 설득하려고 하면 뭔가 지나치게 절박해 보이니, 편안한 태도로 고객이 결정하게 합니다. (정확히는 고객이 결정했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런데 만약 고객이 역량 밖이나 경험 외 일을 문의하면 어떻게 할까요? 저는 즉석에서 불가하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단, 제 분야와 관련된 문의일 때만) 기간을 정해두고 확인해서 연락해주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대하면, 보통 고객 중 열에 일곱은 ‘알아보고 연락해주겠지’, ‘가능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뜹니다.
앞서 말했듯 대표는 일을 따내고, 성사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고객은 제게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들으러 절 찾아온 게 아닙니다. 솔루션을 찾다 보면, 의외로 쉬운 일이거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의 가능성이 컸습니다. 찾아도 안 되겠다 싶으면 더 늦기 전에 깔끔하게 불가하다고 연락합니다. (적합한 전문가에게 빨리 보내드려야 합니다)
-
상대방이 내 권위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내 권위가 결정됩니다. 그러나 이 권위를 어떻게 보여줄지는 나 스스로가 결정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표현과 발언으로 권위를 스스로 훼손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고객이 대표 여러분을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대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도록 두세요. 무안이나 겸손 때문에 ‘에이, 저 아무것도 아니에요’ 식의 표현은 삼가세요. 고객이 여러분을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건, 여러분이 고객을 도울 수 있는 증거이자 일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스스로가 특별한 거 없다는 유약한 표현을 계속할수록, 권위가 풍화되고 고객이 여러분을 끌고 다닐 겁니다.
-
아래는 대표처럼 말하는 법의 예시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사용하고 연습하는 문구입니다.
중대한 사안은 아니지만 조금 늦었을 때
X : 죄송해요 ㅠ 많이 기다리셨죠
O :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과해야 할 상황일 때는 깔끔하게 사과해야 한다)
중대한 사안은 아니지만 실수했을 때
X : 앗 ㅠㅠ 죄송해요. 실수했어요/잊었어요/못 봤어요
O : 알려주셔서/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체적인 대처)를 했습니다.
(하지만 사과해야 할 상황일 때는 깔끔하게 사과해야 한다)
고객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때
X : 00 해야 할 것 같은데요 ㅎㅎ
O : 00 하는 걸 제안합니다
(전문가로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어투를 사용해야 한다)
고객의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을 때
X : 어… 잘 모르겠는데요
O : 확인/조사해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본인의 사업 분야가 아닌 질문을 제외하고는,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일정 조정이 필요할 때
X : 일정 미루는 거 안 되겠죠? ㅠㅠ
O : 일정 조정이 가능할까요?
(부정형 표현보다는 긍정형 표현을 쓰도록 연습하자)
내 일정도 중요할 때
X : 언제가 편하세요? (ㅠㅠ)
O : (구체적인 시간)에 가능하세요?
(고객에게 본인의 시간을 맡기듯 던지지 말라. 주도권을 가지고 조율하라)
고객이 고맙다고 할 때
X : 아이고, 아닙니다 / 별말씀을 / 에이, 별거 아니에요
O :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네, 더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대표 스스로가 본인과 상품을 낮추면, 고객도 가치를 낮춰서 보기 시작한다. 서비스를 함부로 남발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객이 이해 못 할 때
X : 아니, 그게 아니라요 ㅜ
O : 어느 부분을 다시 설명해 드릴까요? / 편하게 질문하셔도 됩니다
(강압적이거나 가르치는 듯한 어투는 금지. 고객은 비전문가여서 당신을 방문한 것이다)
고객에게 뭔가(자료)를 요청할 때
X : 다름이 아니고 00자료... 혹시 언제까지 받을 수 있는지? ㅠ
O : 00자료 (구체적인 시간까지) 보내주시겠습니까?
(당신은 구걸하는 게 아니라,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이다)
-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다 보면 내게 주도권이 없는 상황을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4가지 마음가짐을 장착하고 고객을 대처하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코가 꿰인 것처럼 끌려다니는 것은 다릅니다. 젊은 대표님들 모두 당당하게 사업을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