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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라면 매출과 수익구조를 생각하세요

프리미엄 액상 밀크티 브랜드 "카페 만월회" 창업 인터뷰 (2)

카페 만월회’는 국내 프리미엄 액상 밀크티 브랜드입니다. 경기도 용인의 작은 카페였던 ‘카페 만월회(이하: 만월)’는 온라인 밀크티 플랫폼으로 성장해서 2022년 4월 기준, 약 800개의 카페에 밀크티 원액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만월’의 공동창업자 박제영, 권고운 부부의 밀크티 납품 사업 이야기를 인터뷰 영상과 칼럼으로 정리했습니다.



인터뷰 영상 2편 시청하기

사업할 땐 이 두 가지를 먼저 생각하세요, 카페 만월회



정부지원사업 말고, 내 사업의 매출과 고용에 집중하라


박제영(카페 만월회 공동창업자)

창업을 생각 중이면 정부지원사업에도 지원할 계획인가요?


박준형

정부지원사업도 고려 중이지만, 그전에 제가 먼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제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없는지입니다.


왜냐하면 예전 주변인 중에서 정부지원금을 타 먹으려는 목적으로 창업하거나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권고운(카페 만월회 공동창업자)

맞아요. 눈먼 돈을 노리는 사람이 있어요.


박준형

정부지원사업을 먼저 따서 수익 모델(BM)을 만들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건 앞뒤가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박제영

진짜 맞는 말이에요. 너무 중요한 이야기예요.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정부지원사업은 그냥 다 따라옵니다.


박준형

고객이 한 명이든, 열 명이든 먼저 고객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간의 수요가 있다는 건 고객을 계속 늘릴 수 있다는 뜻이잖아요. 두 분은 정부지원사업이나 지원금을 받지 않고 만월회를 창업한 건가요?


박제영

네, 맞아요.


우리도 똑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두 번째 창업인 카페 만월회 전에, 2015년에 테이커스(가죽제품 회사)를 창업했을 때는 자금이 너무 없고 가난해서 정부 지원사업을 노렸어요.


“지원금을 받아야 한다. 이거 안 받으면 우리 안 된다.”


그런데 정부지원사업마다 특유 색깔이 있거든요. “여기는 사회적 기업만 지원할 수 있어, 여기는 ICT 분야여야 해.” 지자체 지원사업의 경우는 "취업이 잘 된다." 이런 걸 적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지역마다 지원사업 내용이 다 달라요. 지원해주는 곳이 원하는 얘기와 단어가 있어요. 지원금을 받고 싶다면 그런 단어들을 우리 사업계획서에 써야 합니다.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거기에 맞게 각색해야 합니다.


테어커스를 예로 들면, “우린 가죽 제품을 파는 회사지만 BM에 AI(인공지능)를 적용해서 무엇을 할 겁니다”라고 거짓말을 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정부지원사업 전문 컨설팅 업체도 그렇게 알려줘요. "거짓말을 쳐야 한다. 정부지원사업을 받아서 그걸로 결과물만 잘 만들면 된다. 지원사업받을 때까지는 눈 딱 감고 거짓말해야 한다." 이렇게 교육받는 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회사가 방향성 없이 막 흔들렸습니다. 사업계획서가 흔들리니 회사의 방향과 수익모델이 흔들렸습니다. 사업계획서는 그냥 평범한 서류나 글이 아닙니다. 정부지원사업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쓰다 보니 신조(信條)가 흔들리거든요.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우리 직원들도 흔들리고…


그럼 신조를 버리면 지원사업을 다 받는가? 그것도 아니에요. 몇 달간 고생해서 넣었는데 떨어지면 우리 회사는 다시 붕 뜨는 거죠. 그렇게 한 1년 정도 고생하고 결심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정부지원사업은 지원하지 않는다.”


그 이후로 당분간 정부지원사업은 하나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업과 상품을 시장에서 먼저 검증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고객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2022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에 참여한 '카페 만월회'. (8.18-21, SETEC)

시간이 지나고 다행히 사업이 좀 잘됐어요. 시장에서 인정받으니 매출도 잘 나오고. 그 결심 이후부터는 오히려 정부지원사업을 수월히 딸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사업의 본질을 갖춰 놓고 정부지원사업을 노리는 것과 본질 없이 정부지원사업만 따라다니는 것의 차이는 정말 큽니다. 본질 없이 지원사업만 노리면 시간 낭비도 너무 많아요.


그리고 정부지원사업에 첨언을 조금 더 하자면,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사업 규모가 국내에서 제일 큽니다. 그런데 그런 중기부도 지원사업 명목으로 세금을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창업했다고 돈을 그냥 내주지 않습니다.


창업자가 중기부에 어떤 지표를 줘야 합니다. 그 지표에서 제일 중요한 KPI가 매출과 고용이에요.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BM)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사업에서 가시적인 매출과 고용이 나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떨어져요.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고 매출이 나오는 회사는 말 그대로 매출과 고용이라는 결과를 그냥 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중기부 입장에서도 사업을 이미 잘하는 곳에 돈을 더 주고 싶을 수밖에 없어요.


역설적이지만, 시장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오히려 지원금을 받을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매일유업과 콜라보를 할 정도로 성장한 '만월'



'카페 만월회', 오프라인 카페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다


박준형

만약에 저였으면 카페를 하다 안 되면 "아, 취직해야 하나? 다른 일 해야 하나?" 그런 생각했을 거 같아요.


그런데 두 분은 오히려 "우리가 오프라인 카페는 정리하고, 밀크티를 좀 더 많이 팔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라고 결정하시고. 정말 굉장히 사업가적인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권고운

그러니까요, 진짜.


박준형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셨어요?


권고운

그 당시 테이커스도 하고 있었을 때, 제가 음료를 너무 좋아해서 “밀크티 팔아보자”하고 카페를 시작했어요. 테이커스가 돈을 진짜 잘 벌고 있었던 거에 비해서, 카페는 솔직히 미래가 좀 안 보였어요.


처음 시작해서 미숙한 것도 있고, 당시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손님들도 줄어들고… 그래서 제가 먼저 카페를 하자고 했는데 그냥 문을 닫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점점 손님이 줄어들고 어려우니까.


그런데 1, 2년 차에 “그럼 마지막으로 밀크티 온라인 판매를 한 번만 해보자”라고 남편이 설득했어요.


박준형

가능성을 보시고 설득한 건가요?


박제영

저는 온라인 쪽은 무조건 성공한다고 봤습니다.


권고운

그런데 저는 계속 안 하고 싶다고 말하고…


박제영

저는 “이거 하자. 이거 무조건 된다.”라고 했죠. “안되면 그때 그럼 그만두자. 안되면 내가 이거 다 처리할게.” 이렇게 하고 시작했어요.


박준형

뭘 보고 온라인은 무조건 터진다고 생각하셨어요?


박제영

그때가 아마 2020년이었는데 5년간의 테이커스 운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 경험이 생겼고, 시장조사를 아무리 해봐도 온라인 전문 밀크티 판매업체가 제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 눈에 보인 건 사람들의 수요였어요.


권고운

그때는 홈카페가 유행이었거든요, 2020년쯤.


박준형

아, 코로나가 막 시작한 그쯤이군요.



수익구조도 포트폴리오를 짜라


박제영

그전부터 온라인 판매를 준비 중이긴 했는데 코로나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더 서둘렀습니다.


박준형

코로나가 끝나면 사람들이 홈카페보다는 다시 오프라인 카페로 가니까요?


박제영

그렇죠, 다시 카페로 가니까 포트폴리오를 짠 거죠. 코로나가 계속 심해질 때는 B2C 매출도 계속 같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코로나가 주춤할 때도 있었잖아요. 그때는 B2C 매출이 떨어졌어요. 대신 B2B 매출이 올라가요. 그러니까 전체 매출은 똑같은 거예요.


비즈니스를 그래도 지금 한 7~8년 정도 해보니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 때문에 회사가 흔들리는 사업은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코로나는 내가 통제 불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코로나가 심해질 때도 우리 매출이 같이 올라갈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따로 짜 놓고, 코로나가 떨어져도 매출이 역으로 올라가는 포트폴리오를 짜 놓으면 전체 수익을 봤을 때는 똑같다는 거죠. 주식 포트폴리오처럼 전체 매출은 계속 올라가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박준형

비 올 때는 우산 팔고, 날씨 맑을 때는 양산 파는 거네요.


박제영

그렇죠. 맞아요, 맞아.



인브랜딩의 숙명. '만월'의 다음 방향은?

'카페 만월회'의 로고


박준형

10만 개의 카페가 만월 밀크티를 쓰게 되면, 특별한 느낌이 없어질 텐데 그때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카페 만월회는 국내 카페 10만 곳에 밀크티 원액 납품을 목표로 하는 중)


박제영

그게 이제 인브랜딩의 숙명입니다.


인텔(Intel)도 비슷했습니다. 처음에는 인텔과 비슷한 업체들이 되게 많았는데, 당시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모든 컴퓨터에 인텔이 깔린 거죠.


그전까지는 인텔 로고 유무가 컴퓨터의 경쟁력이었는데, 지금은 인텔이 기본 디폴트이기 때문에 인텔의 로고가 박혀 있다고 특정 컴퓨터가 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현상이 어쩔 수 없는 인브랜딩의 숙명이기는 해요. 특정 시장을 독점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만월이 그런 시점을 맞이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전략은 등급제입니다.


마치 미슐랭 가이드처럼, 예를 들어, “A등급 카페는 만월이 강력히 추천하는 곳이다. 10만 개의 카페가 만월 밀크티를 쓰지만, A등급 카페는 카페 애호가라면 꼭 가봐야 해.”


“B등급 카페는 A등급 카페에 비하면 관리가 좀 안 되는데, 갈만해.”


“C등급 카페는 그냥 만월 밀크티를 쓰는 카페야.”


이런 식으로 카페 등급을 나눠서 우리 밀크티를 사용하는 카페들의 차별성을 다시 보여주는 거죠.


고강민(코렙 스튜디오 대표)

그러면 반대로, 잘 되는 카페만 손님들이 가려하지 않을까요? 아까 예로 든 것처럼 A등급과 D등급이 있으면... 사람들은 A등급을 당연히 더 선호할 거고, D등급 대신 A등급 카페만 가려고 하지 않을까요?


박제영

그게 우리가 바라는 시장이에요. 우리는 파트너 카페들의 상향 평준화를 원합니다. 만월에 A등급을 받기 위해서, B등급 이하 카페들이 메뉴를 연구하고, 인테리어도 고치고, 서비스도 좋아지고.


박준형

만월이 카페의 기준점이 되길 원하는군요.


박제영

그렇죠. 우리가 카페의 그런 요소들을 평가해주는 미슐랭 가이드랑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박준형

만월의 영향력이 그런 긍정적인 방향으로 더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등급에 따른 차별화된 제품 개발도 좋은 전략 같습니다. 예를 들어, A등급 카페에만 납품하는 제품이 있고, B등급까지만 제공하는 제품 이런 식으로요.


박제영

그런 제품 개발까지도 할 수 있겠죠. 우리의 이런 등급제 전략이 성공적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준다면, 만월회가 한국 카페의 퀄리티를 많이 높여준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어요.




3편에서 계속됩니다.


카페 만월회 인터뷰 시리즈

1편 : 이 디자이너 부부는 밀크티 사업에 어떻게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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