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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 Lee Feb 09. 2017

모든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

2017년에 다시 한 번 죽은 잡스를 모셔오다

나는 예전에 앱스토어에 개인개발로 앱을 출시한 적이 있다.

감사하게도 생각 이상의 선전을 해서, 애플 한국 앱스토어 보드게임 카테고리에서 1년동안 가장 많이 판매된 앱에 선정되었다. 

꽤 시간이 흘러서 이제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한가지 비밀 중 하나는, 내가 수년간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전략(?)을 사용했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여러 성공한 앱 출시자나, 스타트업들 대표들이 하나같이 하는말 중 하나는 고객 한명 한명을 성심성의껏 응대하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적용시켜가며 발전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서비스가 되었다는 말이다. 나는 완전히 반대로 했다.


시작부터 그렇게 한 것은 아니였다. 고객들에게 정성을 다해 힘겹게 이메일에 응답을 하며 대응을 하다가 문득 깨달은 것은 내 앱이 '매니아'적인 앱이였다는 사실이다. 즉, 모두가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이 원천적으로 아니였던 것이다. 그들이 바꿔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던 그것은 공교롭게도 이 앱의 매니아들이 사랑하는 점이였다. 그 점을 수정했다면 아마 매니아를 잃고 독창성도 잃고 결국엔 요구했던 이들도 결국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날부터 나는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 '환불하지 않을 수준, 고발하지 않을 정도' 까지만 살짝 보완하고선, 불만사항은 철저히 무시했다. 사용자가 거의 없어진 지금도 요구사항을 적은 메일이 한번씩 오고있다. 리뷰란에는 좋은 리뷰와 욕설이 공존한다. 불만은 거의 같은 부분에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였다. 뭘 원하는지 알고있었다. 그렇게 내 메일박스에는 읽었지만 답장은 하지 않은, 원성이 담긴 메일 수백통 이상이 쌓여만 갔다. 앱은 계속 팔렸다.


서점에 가면 여러가지 자기개발 서적을 포함해서,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라는 책이 매우 많다. 인터넷에도 그런 인기글들이 넘쳐흐른다. 비슷한 강연을 들으며 아 저말대로 해야겠구나 하며 노트에 열심히 적은 전략이 있을지 모르겠다.  또, 혹시 위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분들은 비슷하게 해야겠다 하며 마음을 먹었을지 모르겠다.


주제넘게 단언컨데, 그렇게 하면 아마 실패할 것이다. 확신하는 것은 당신의 현재 상황과 (성공스토리를 겪었던 당시의) 그들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열쇠구멍에 같은 열쇠로 넣어 돌리면 돌아갈 리가 없다.

많은 현명한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책이나 강연을 통해서 그 내용 자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의 핵심, 그들 전략의 변모과정과 원리, 더 나아가서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배울 것이다. 즉, 그들이 통찰력을 갖기까지 걸어온 시간들 이다. 통찰 그 자체가 아니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

스티브잡스가 한 이 말은 지금 이날까지도 죽은 스티브잡스를 괴롭힌다. 애플에 기사에는 아직도 "잡스 버리고 이제 삼성 따라서 큰화면 만드네", "애플은 잡스의 말로 반박이 가능하다 ㅋㅋ" 라는식의 댓글이 끊이질 않는다.


기자들은 어떤가?

애플이 아이폰 6과 6+를 통해 대화면 스마트폰을 시작했을 때 애플은 왜 잡스의 영혼을 포기했나? , 애플, 잡스의 철학 버리고 삼성 따라하기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애플이 아이폰 se를 통해 다시 작은 스마트폰을 출시했을 때는 잡스의 망령, 아직도 애플을 괴롭힌다, 아이폰se를 보며 고집쟁이 잡스는 무덤에서 흡족했을 듯 이라는 식의 기사들이 쏟아진다.


정말 강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이보다 더 무지한 생각구조를 보지 못했다.

차라리, 알바들이라고 믿고싶다.

자고일어나면 변모하는 IT 세상에서, 수년전에 죽은 잡스의 말과 싸우고 있다.

잡스에게는 혁신의 아이콘, 애플의 아이콘 이라는 별명이 있다. 사람에게 아이콘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그가 애플의 브랜드 그 자체였다는 것이고, 그 사람의 말 자체가 곧 회사의 마케팅이였다는 것이다.

저 말을 했던 당시에 애플은 대화면 스마트폰 제품이 없었다. 기업가가 우리 회사에서 만들지도 않은 제품을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대화면 스마트폰 제품도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작은화면의 스마트폰을 팔아요." 라고 할 수 있나? 아니 너무 웃기지 않은가.

잡스는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그당시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충분히 조작이 가능할만큼 편하구나'라고 믿고 누구나 아이폰을 구매했다. 세뇌된 소비자들은 잡스를 찬양했다. 잡스의 말과 행동은 기업가로서 당시 시대에서 옳았었다. 지금까지 옳을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현재의 애플은 분해로봇 리암 등을 이용해 첨단적으로 Green 이미지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덧붙여서 아이폰se가 잡스의 망령이니 어쩌니 하지만 사실 그냥 간단한 거다, 작은 화면을 원하는 고객층 즉 시장이 있으니 출시한것이며 혹은 공장 더 돌려서 더많은 수익을 내려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니터에 키보드, 마우스

우리는 수십년 전에 나온 컴퓨터의 형태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2017년인 지금도 그대로 쓰고있다. 모니터에 키보드, 마우스. 한번 정립된 인터페이스를 뛰어넘는것을 만드는 것이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잡스의 철학(이라고 적고 마케팅이라고 읽는다)으로 인한 세뇌가 더해지지 않고 가능한 일이였을까?

IBM의 인기작 씽크패드의 빨콩은 죽었고, 마소는 기대작 서피스 스튜디오에서 서피스 다이얼을 선보였지만 장수하는 인터페이스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정말 개인적으로 궁금하긴 하다. 잡스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었을지. 큰 아이폰을 출시했을까?


아이폰 6, 6+의 메인 홍보 이미지

사진을 보면, 팀쿡 체제의 애플은 대화면 아이폰 6와 6+를 출시하면서 아이폰이 여전히 한손으로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거 옳은 것인가? 옳지 않은걸 알면서도 잡스교 신도들을 위한 배려인건가?


아이폰 6 출시와 함께 추가된 새로운 기능 '한손조작을 위한 화면 내려오기' 홈버튼을 살짝 두번 터치하면 화면 반이 잘리면서 엄지손가락이 닿는 곳까지 화면이 내려온다. 사용량 데이터는 애플만 갖고 있겠지만 이 기능, 이거 누가 쓰나? 실수로 작동된 적은 있지만 단한번도 의도하여 쓰지 않았다.




리바이 병장!

나는 이 글을 왜 적었을까, 분노다.

나라가 작아서 그런지, 자국의 회사가(라고 적고 삼성이라고 읽자) 아닌 해외의 기술과 아이디어, 철학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그 핵심이 다뤄지지 않는다. 기사의 댓글란은 회사 댓글알바에 의해 핵심이 왜곡된다. 해외의 혁신적인 서비스는 규제에 의해 막히거나 철수해 버린다(페이팔). 우물안 개구리가 되가고 있다. 도대체 인터넷 익스플로러, 공인인증서 이거 언제까지 써야하는건가? 2020년? 언제인가 도대체. 모교 대학 홈페이지는 아직도 맥에서는 한글이 깨져서 볼 수가 없다. 10년째 혁신이 없다며 위기라는 애플. 도대체 언제 망하는건가?

언론에서 내는 (그들의) 목적지향적인 소식 외에는 관심갖지 않는 대중.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않는 사람들. 현상에 대해 곱씹지 않는다. 독자적인 판단을 두려워한다. 판단하자. 그리고 그것이 틀릴지언정 생각을 나누자.



몇년 전 애플의 조롱거리가 하나 늘었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함께 발표한 '애플 펜슬'이 주인공이다. 아이폰의 첫 발표회장에서 스티브잡스가 "스타일러스 펜? 우웩 그거 누가 쓸라고 하겠어? 잃어버리고.." (재생 위치를 맞춰놓았으니 링크를 눌러 직접 재생해보길 추천한다.) 라고 말한 스타일러스를, 애플이 이제서야 출시했다며 사람들은 웃는다. 그 발표는 2007년이다. 10년전에 한말을 가지고 지금까지 "잡스는 틀렸다"며 내려까고 있다. 위에 서술한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잡스는 그때 옳았다. 옳았다고!!! 그만해 이제.


좋아하는 매거진 여자의 리뷰, 당신의 취향 The Edit 에서 에디터 H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기사지만, 아이패드 프로가 진짜 좋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런 표현으로 제목에 담을 수 있는지! 정말 세련됫다고 생각하는 기사 타이틀이다. 맞던 틀리던 독자적인 생각을 말하는 사람들이 좋다.


요새는 브런치에서도 활발하다.


the edit 의 에디터 H


나는 지금은 함께하는 팀원들과 함께 내 아기를 위한 첫번째 웨어러블, 올비 라는 제품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지금도 고객의 불만을 무시하고 있을까? 아니. 킥스타터에서 펀딩에 성공했기 때문에 대부분이 해외 고객인데 영어사전과 맞춤법 검사기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응대하고 있다.

이전에 통했던 방법은 '이전' 까지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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