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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메르시 Aug 29. 2016

#6, 나에게는 애증의 나라. 벨기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야간열차를 놓치다.

브뤼셀을 떠나는 날. 오늘의 큰 일정은 브뤼셀의 근교 도시인 브뤼헤를 당일치기로 관광하고 체코 프라하로 야간열차를 타고 떠나는 것. 벨기에에서의 나의 숙소인 sleep well은 아침 조식이 아주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식당으로. 왠지 오늘은 점심을 먹지 못할 것 같은 예감에 든든하게 챙겨 왔다. ( 조식을 먹다가 만난 한국인 부녀가 영국에 비하면 이 곳은 숙소가 정말 호텔급이라고 하셨다. )




sleep well 아침식사. 결국은 다 못먹었지만.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브뤼셀 미디 역으로 갔다. 브뤼셀의 근교 도시인 브뤼헤 구경을 하고 다시 브뤼셀로 넘어와 프라하로 야간열차를 타고 가야 했기에 20kg짜리 캐리어는 어마어마한 짐. 그래서 미디역에 있는 코인라커에 짐을 넣어놓고 브뤼헤로 출발했다.



브뤼셀 미디역 코인라커는 5유로.


브뤼셀에서 브뤼헤까지는 기차로 1시간 10분 정도가 걸린다. 브뤼헤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이동을 했다. 브뤼셀 역에서 프로모션으로 나눠주던 콘푸로스트 같은 것을 받아 언젠 가는 먹겠지 하고 소중하게 들고 다녔는데 결국은 먹지를 못했다. 나는 여행책자를 저렇게 나라별로 소분해서 다녔는데 나라별 여행이 끝나고 저 책을 버릴 때의 쾌감이란. 크으. 미션을 클리어하는 느낌이랄까.



브뤼헤로 가는 기차 안.



브뤼헤에 도착.



BRUGGE. 브뤼헤에 도착을 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파리에서도 마지막 에펠탑을 보러 갔을 때 비가 조금씩 내렸었다. 그래서 우산을 하나 샀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산 우산을 캐리어에 넣어놓고 브뤼헤로 넘어왔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마트에 들어가 우산을 또 하나 구입했다. 내가 이런 식으로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하며 구입한 우산은 총 세 개다. 휴. 그것도 나라별로 프랑스, 벨기에, 크로아티아 이렇게.

( 실제로 나는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한 1500원짜리 비닐우산 콜렉터다. 그 버릇 어디 가겠나. 휴)






비를 잔뜩 머금은 이 정원과 거리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면 브뤼헤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다. 브뤼헤의 건물들은 그리 높거나 크지 않고 뭔가 레고 블록처럼 아기자기하다. 그래서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모양이 없고 제각각 다양한 모습.





브뤼헤 종루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브뤼헤의 종루. 높이 83m의 종루는 꼭대기에 전망대와 아름다운 종소리를 울리는 종이 47개 매달려있다고 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아기자기한 브뤼헤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데 빙글빙글 올라가는 계단을 366개나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브뤼헤의 건물들.







마르크트 광장


마르크트 광장 도착.

브뤼헤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마르크트 광장은 브뤼셀의 그랑플라스 광장과 더불어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한다. 이 날은 마켓이 열리고 있어서 전체적인 마르크트 광장의 모습을 보기에는 살짝 어려웠지만 브뤼헤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켓에는 초콜릿, 꽃, 과일 등등 많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활기차고 웃음이 많았던 브뤼헤 사람들.






종루를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찰칵.


11월 초였지만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인 브뤼헤. 그제야 나는 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크리스마스는 당일보다 준비를 하는 시간이 더 설레는 것 같다.





브뤼헤는 레이스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레이스로 만든 제품들이 아주 많았다.

레이스 책갈피 저것은 좀 탐나긴 했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는 것보다는 책을 사서 모으는 것을 취미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책갈피가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책장에 모아놓은 저 책들을 얼른 읽어야 할 텐데...)








마르크스 광장을 다 둘러보고 브뤼헤 골목 탐방을 나섰다.

골목골목 구경하는 것이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그냥 카메라만 들이대도 그림처럼 예쁜 마을.








정처 없이 이리저리 걷다가 발견한

그야말로 그림 같은 이 곳,

동화마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브뤼헤는 도심 곳곳에 운하가 많다. 그래서 저 작은 보트에 올라타면 브뤼헤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보트 투어는 8유로. 30분 정도 타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브뤼헤 곳곳을 구경하게 된다.



브뤼헤 운하 티켓.


나도 타야지. 티켓을 구매하고 카메라로 티켓의 사진을 찍고 정신을 어디에 놓았는지 티켓을 잃어버렸다. 티켓 검사를 할 때 표를 잃어버린걸 그제야 알고 당황하자 친절한 가이드가 매표소에 가서 내가 구매해 간 걸 확인하고 웃으며 타라고 했다. 고마워웠어요 정말.




우왕. 출발!

그런데 운하가 출발하자마자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비가 보슬보슬 마치 미스트를 뿌리는 것처럼 내리더니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내린다. 아까 샀던 우산이 빛을 발할 시간. 천만다행이었어.








브뤼헤에는 유난히도 백조가 많다.

이 백조는 브뤼헤를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상징하는 동물조차도 낭만적이다.


 


운하가 도착을 하고 배에서 내려도 비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너무 심하게 비가 와서 나는 잠시 어떤 건물로 비를 피하러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벼룩시장에서 산 그림엽서.


이 그림을 보고 아 이건 진짜 사아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직접 그리신 거라며 자부심을 내비치는 An 아주머니와 아내의 그림을 함께 정성스레 포장해주시던, 나의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신 남편분.

이런 우연한 순간이 나에겐 더욱 감동이었다.




LA TABLE DU MIDI, 펜네 파스타


아기자기한 브뤼헤 마을 구경을 마치고 나는 다시 브뤼셀로 돌아왔다. 아침에 캐리어를 넣어 두었던 코인라커에서 짐을 찾고 예전에 벨기에 여행을 했던 친구가 추천해 준 레스토랑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친구가 홍합요리를 추천해 줬었는데 이 때는 그 요리가 안된다고 해서 펜네 파스타를 주문. 잠깐 기다리자 파스타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유럽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양이 너무 많았다. 맛은 있었지만 결국 저것도 반 이상을 남기고 나왔지.



펜네 파스타의 가격은 16유로. 한 8유로치 정도 먹은 것 같다.







그래. 이때까지만 해도 이날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쁘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 내 생각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다.

야간열차를 놓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브뤼셀 미디 역 안으로 들어왔다. 나를 프라하로 데려다 줄 야간열차를 기다리기 위해서.

밤 10시 28분 기차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역 안에 히터가 나오는 따뜻한 대기실에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혼자 있어야 했기에 무섭기도 했다. 실제로 노숙자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역 안에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심을 했던 게 무장을 한 경찰들이 수시로 들어와 기차 티켓을 확인하고 티켓이 없거나 부랑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단호하게 쫓아냈다.

( 벨기에 경찰들은 키도 엄청 크고 덩치도 엄청 커서 더 안심이 되었다. )


그래서 남은 시간을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도 하고 신나게 SNS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출발하기 한 시간 전쯤이었을까?

티켓을 확인하려고 가방에서 꺼냈다.

그런데....................... 응?



출발하는 곳이 브뤼셀이 아니라 쾰른?????

응??????

뭐라고????????????????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가 한참 시차 적응을 하고 있던 보라에게 티켓을 사진 찍어 보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맞냐고.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맞다고.

오 마이 갓.



알고 보니 브뤼셀에서 독일 쾰른으로 가서 그곳에서 야간열차를 탔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왜 당연히 벨기에에서 출발을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오 마이 갓.



유레일 어플로 알아보니 한 시간 안에 독일 쾰른까지 절대 갈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어제 묵었던 sleep well로 갔다. 제발 방이 있길 바라며 갔는데 다행히도 4인실 도미토리 침대가 남아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숙소로 들어가 온갖 방법을 다 찾았다. 가장 빨리 프라하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아침 일찍 비행기가 있으면 타고 가려고 했는데 저녁 시간대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꼼짝없이 다음날 주간 11시간을 투자해서 기차를 타고 프라하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이 쓰렸다.

야간열차 쿠셋은 혼자 타기에 무서워서 여성 3인실 슬리핑 칸을 예매했었는데 일단 57유로를 날렸고 예상치 못한 숙소비 25유로가 추가로 더 나갔고 또 아침에 타고 쾰른까지 가야 하는 기차는 예약 필수 구간이었기에 28유로를 또 내야 했다.



무엇보다도 프라하 일정이 하루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기에

너무너무 너무 속이 쓰렸다.

벨기에는 나에게 애증의 나라다.





내가 착각해서 날려먹은 57유로 야간열차 티켓.

아니 103유로 티켓이겠구먼.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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