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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메르시 Aug 28. 2016

#5, 그대 눈물 젖은 감자튀김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벨기에 첫날, 브뤼셀 그곳은 외로웠다.

프랑스 파리에서 벨기에로 이동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캐리어 짐을 싸고 숙소에서 마지막 아침을 먹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이모님과 보라에게 배웅을 받으며 파리 북역으로 향했다. 내가 가는 시간이 하필이면 출근시간대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하철 한 대를 그냥 보내고 겨우겨우 다음 지하철을 타고 북역으로 갔다. 이 날은 처음으로 유레일패스를 개시하는 날이라 더 긴장되었다. 나는 글로벌 연속 15일권 패스였고 역에 도착해서 역무원의 영어 듣기 평가를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마친 후, 유레일은 개시하고 미리 예매를 해갔던 빨간색 탈리스를 타고 벨기에로 출발했다.


1시간 30분 후 벨기에 브뤼셀 도착. 브뤼셀 미디 역은 뭔가 무서운 분위기였다. 혼자서 나라 이동을 한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더 무섭게 다가왔다. 재빨리 지하철을 타고 나의 숙소 sleep well 호스텔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어서 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나는 시내 구경하러 출발했다.








벨기에 1유로 와플



벨기에는 와플의 도시. 그래 벨기에 와서 와플은 꼭 먹어야지.

벨기에 여행기를 보면 과일과 생크림이 듬뿍듬뿍 올라간 화려한 1유로 와플들이 꼭 빠지지 않고 등장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생각보다 좀 맛이 없고 차라리 돈을 좀 더 주고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을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곳으로 갔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Vitalgaufre.

나는 2.45유로 와플을 먹었는데, 와. 와플의 신세계다. 정말 이럴 순 없었다. 이때까지 내가 먹어 온 와플들은 가짜였다. 내 인생 와플. 아, 와플의 본 고장이니 당연한 것인가. 최고였다. 위치는 sleep well에서 오줌싸개 동상이나 그랑플라스로 가기 위해 나오는 큰 대로변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고 훈남 직원들이 주문을 하면 와플을 맛있게 구워준다. (벨기에 남자들이 진짜 잘생겼다. )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Vitalgaufre.



본격적으로 브뤼셀 시내 구경. 한 손에 와플을 들고 맛있게 먹으면서 길을 갔다. 브뤼셀은 생각보다 작아서 하루만 투자하면 진짜 다 볼 수 있다. 브뤼셀에서 유명하다는 오줌싸개 동상은 생각보다 정말 작았다. 시즌마다 다양한 옷을 입고 있다고 하던데 내가 갔을 때는 옷을 벗고 있었다.



헐벗고 있던 벨기에 브뤼셀 오줌싸개 동상









새로운 나라에 낯선 도시. 게다가 처음으로 나라 이동을 한 날이라서 그런지, 브뤼셀에서 처음으로 외로움을 느꼈다. 혼자 하는 한 달간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언젠가 한 번쯤은 외로움을 느끼겠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그 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쓸쓸한 발걸음을 옮기며 그래도 구석구석을 돌아보다가 어느 광장에서 만난 거리 예술가 아저씨. 마음이 가라앉아있었는데 흥이 넘치던 이 아저씨의 연주와 노래로 그나마 기분이 회복되었다. No Woman No Cry. 꼭 나를 위해 불러주는 노래 같았어.




No Woman No Cry.







브뤼셀 감자튀김. Fritland


벨기에 하면 또 감자튀김이 아주 유명하다. 낮부터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해질 무렵 찾아간 감자 튀김집. 이 날의 저녁은 감자튀김으로 대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벨기에에서 가장 유명하다던 감자 튀김집을 찾아갔다.


브뤼셀 감자튀김. Fritland

나는 이 곳에서 외로움의 절정을 경험했다. 감자튀김을 주문하고 돈을 주고 거스름돈을 받고 기다리다 내 순서가 되어서 감자튀김을 받았는데 얼굴만 잘생긴 점원이 나에게 또 돈을 내라고 했다. 순간 나는 내가 돈을 내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 엄청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눈을 엄청 크게 뜨고 "내가 아까 니한테 5유로 주고 니가 내한테 1.5유로 거스름돈 줬잖아!"라고 하니까 그제야 내 말이 맞단다.


감자튀김을 받아서 자리로 왔다. 생각했다. 이게 인종 차별인가. 처음 겪으니까 더 당황하고 서러웠다. 그것도 혼자 있을 때였으니 더욱 서러웠다. 게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앞쪽에서는 대학생 무리가 신나게 왁자지껄 떠들면서 감자튀김을 먹고 있고 내 옆 테이블에는 백발 노부부가 서로 다정하게 감자튀김을 먹여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만 혼자였다.


외로웠다. 눈물 글썽글썽하면서 감자튀김을 먹었다.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자튀김은 또 왜 이렇게 많이 준거야. 나는 감자튀김을 반도 못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물의 감자튀김.상자보다 넘치게 훨씬 넘치게 담아준 감자튀김.







그랑플라스 광장으로 갔다.

그랑플라스 광장은 시청사, 길드하우스, 대성당, 왕의 집, 맥주박물관, 초콜릿 박물관 등의 건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며 감탄한 곳으로 198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야경이 아름답기로 아주 소문이 난 곳.



벨기에 브뤼셀 시청사


벨기에 브뤼셀 시청사.

고딕 양식으로 높이 96미터의 첨탑에 420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브뤼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첨탑 꼭대기에는 브뤼셀의 수호성인 미카엘 대천사의 동상이 있다.




그랑플라스 광장과 마차.


그랑플라스 광장과 마차.

유럽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마차이지만

처음 보는 내 눈에는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랑플라스 광장 파노라마샷. 초저녁부터 그랑플라스 광장에는 야경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랑플라스의 야경




빅토르 위고가 극찬했다는 그랑플라스의 야경.

정말 엄청났다.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던 전율은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






그랑플랑스의 환상적인 야경을 보고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일찍 숙소로 가기로 결정했다. 숙소 근처 까르푸에서 물과 호가든 로제 맛을 한 캔 사서 들어갔다. 그냥 이 날은 맥주 한 잔으로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와 이거 내 스타일. 진짜 맛있었다. 오예

( 벨기에에서 마시고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을까 봐 아쉬웠는데 내가 한국에 들어오고 난 뒤 호가든 로제가 한국에도 유통이 되기 시작했다고. 이마트에 판다니 가봐야지. )


살짝 취기가 돌아서였을까,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 뭐 오늘 같은 날도 각오는 했었잖아. 괜찮아 잘했어라며 나를 다독였다. 다음 날은 또 야간열차를 타야 하는 날인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얼굴이 빨개진 채로 나는 흥얼거리며 잠이 들었다.

No Woman No Cry ♪





매일 20000보 이상 걷는 불쌍한 내 발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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