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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민 Aug 28. 2017

할까말까 할 때는

당장 해라!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의, 그 유명한 유수 해외 대학 박사 출신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지인이 있다.

남들보다 7년 더 공부한 그의 요새 고민을 들었다.


MBA를 갈까 생각 중이야.
회사에서 뭔갈 하려니, 나는 공학 박사만 해서
경영학적인 접근에는 되게 취약하다는 걸 느꼈어.
보니까 경영학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할 수 있는 툴이
엄청 다양하던데 MBA에 가서 그런 걸 익히고 싶어.
 

하지만, MBA를 가기에는 이미 늦은 시기이고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을 해야 하는데 해당 분야의 실질적인 레퍼런스도 없는 그의 꿈은 하버드 MBA.

장난이라 하기엔 그가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얼마나 고생하며 학위를 취득했는지 알기에 사뭇 진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 분야의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그만큼 지독하게 공부한 사람이, 

또 다른 학문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 다른 분야 공부에 욕심이 나서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한다는 데서,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 또한 좀 더 배울 것이 많은 회사로 옮기기 위해 첫 회사에 들어가고 1년 반 동안 잦은 회식에도,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데도 항상 자기소개서와 영문 레주메를 이 회사 저 회사에 뿌렸었다. 

그 수만 헤아리면 내가 대학 4학년 2학기부터 써온 자기소개서만 60-70개에 달할 것이다.

지금 다시 신입으로 다른 회사에 들어온 입장에서는 제자리 걸음만 걷는 것 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 공채를 지원하고부터 약 2년에 걸친 맞는 첫 회사를 찾기 위한 노력이 꽤나 많이 들어갔는지, 어느 순간 자기소개서 항목을 보면 출제자의 의도(?) 같은 걸 파악하게 되었다.

지금 회사에서 내 별명은 공채 마스터!

대충은 기업에서 출제한 자기소개서만 보고 어떠한 사람들을 뽑고싶어 하는지 내 경험의 어떤 부분을 어필해야 할지를 감을 잡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의 취업 컨설팅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작년 하반기 때는 한 친구의 신상정보만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어 자기소개서 한 문항을 대신 아이디에이션을 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다른 문항도 잘 써서였겠지만) 지원한 회사에 내가 아이디에이션 해준 자기소개서로 서류 합격을 하기도 했다.

내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친구 앞가림 챙겨주는 클라스.. (JTBC <썰전> 17/06/08 방영분)


그러고 나서 2017년 1월 지금의 회사에서 입사한 후 부터 지금까지, 나는 오히려 유용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그런데도 자기 계발을 어떻게 할지 갈피를 못 잡아서, 실용학문(?)을 배우는 데 노력했다.

(예를 들면, 영어 회화나 운전 연수 같은 것들..?)

시간은 자꾸 가고, 직장생활은 어디든 다 똑같은데, 매 년 내가 이렇게 똑같이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불편한 생각은 계속 든다.

그런 찰나에 모 대기업의 박사 연구원 지인이 전혀 다른 분야의 공부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난 뭘 하고 살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결심했다.

직장 다니면서 전문 자격 시험을 보기로!

1년 정도 해 보면 어떻게든 답이 나올텐데,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있을 테니..

마치 1년 반 동안 절실하게 다른 직장을 찾아나서던 때 처럼 역시 할까 말까 할 때는 앞뒤 안 재고 하는 게 맞다!

그게 나한테 도움 되는 일이라면 100%, 200%의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대외적인 선언문을 작성하면 어떻게든 공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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