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요아 Mar 13. 2024

⟪내가 너무 싫은 날에⟫ 출간!


YES24, 알라딘, 교보문고 등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 판매가 오픈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시면 3월 20일(수)에 발송돼요.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3월 25일(월)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에 이은

현요아 작가의 신작 에세이 《내가 너무 싫은 날에》 출간




나는 정말이지 내가 너무나 싫어서


작가에게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는 너무도 많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스로 늘 부족하고 못나기만 한 나였다. 인내심이 부족해 운동을 시작한 지 고작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왜 근육이 빨리 늘어나지 않는지 탓했고, 겉으로는 호탕하고 시원한 척하면서 정작 속으로는 말 한마디를 곱씹고 챙기며 끙끙 앓았다. 기쁨을 순수하게 기쁨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선 겁부터 냈고, 그러다 불안이 찾아오면 괜스레 일을 성급하게 벌였다고 자책했다. 영리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착실히 기반을 쌓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프리랜서와 직장 생활을 엎치락뒤치락 되풀이하기만 하는 불안한 커리어가 떠올라 우울해졌다. 스트레스를 받아 맵고 짠 배달 음식으로 속을 채운 날은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웠고, 밤마다 먹은 간식 탓에 퉁퉁 오른 볼살을 보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속이 상했다. 작가에겐 나를 좋아하는 날보다 나를 싫어하는 날이 월등히 많아서, 언제고 왜 내가 나를 미워하고 탐탁지 않게 여기는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적으면 모두에게 공감을 받겠다고 확신했다.



나는 나를 싫어하는 만큼이나 나를 좋아하고


그러나 밀려오는 고민과 불안에 못 이겨 도망친 곳에서, 작가는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자아를 맞닥뜨렸다. 나를 완전히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불완전하게나마 좋아하자는 마음을 떨치지 않으려 애쓴 내가 거기 있었다. 늘 실패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소한 나를 싫어하지는 않으려고 다짐한 날들이, 괴로움에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으려 고심한 흔적이 거기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스스로가 싫어질 때마다 어떻게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혹은 그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안아주기 위해 어떻게 애썼는지.


그러자 자신을 좋아하기 위해 행동하는 무엇이 스무 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향의 보디워시를 구비해두고 무기력한 날에 꼼꼼하게 그 향으로 샤워하는 일, 공기정화식물에 이름을 붙여 알뜰하게 키우는 일, 서평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를 태그해 편지를 보내는 일, 꼭 사지 않더라도 장바구니에 멋진 인테리어 소품을 저장해두는 일, 혼자 있을 때 나를 위한 맛있는 요리를 하는 일, 우울한 기분을 달래줄 플레이리스트를 고르는 일, 휘날리는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작가는 나를 싫어하는 만큼이나 나를 좋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내일이면 나는 또 내가 싫어질지 모르지만


어느 날 참여한 요가 수업에서 선생님은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마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일 거예요. 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부족함을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해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부족함을 견디는 연습. 뻣뻣한 몸과 부들거리는 팔을 애써 참아내며 간신히 버티는 서투른 요가처럼, 작가에겐 삶도 그러한 것 같았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은, 결코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의 이치와 비슷했다. 그럴 때마다 요가 선생님의 다정한 말을 떠올리며 자신을 다독였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부족함을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살아가는 동안 아프고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게 파도처럼 물결칠 테지만 작가는 이제 알 것 같다. 어떤 일로 후회를 하더라도, 어떤 일로 슬픔을 느끼더라도, 나를 사랑하는 세세하고 소소한 방법을 터득한 뒤로는 훨씬 더 슬픔의 늪에 얕게 들어가리라는 걸. 불안과 우울을 닮은 감정에서 완전하게 빠져나오는 법은 여전히 모르고, 앞으로도 쭉 모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고 느낀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싫은 날도 아닌, 그저 삶이 거기 있을 뿐이라는 걸.



“내일이면 나는 또 내가 싫어질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그런 내가 밉지 않다.

내가 한없이 싫고 미워서 주저앉고 싶은 날에도

나는 나를 지키고 가꾸는 법을 안다.”




현요아

하루는 나를 좋아하지만, 이틀은 나를 싫어한다. 설레는 기분으로 한 달을 보내놓고 슬픈 마음으로 다음 달을 맞이한다. 나를 싫어하는 날이 나를 좋아하는 날보다 더 많아서 그때마다 쓸 여러 처방전을 만들었다. 언젠가는 앓고 있는 병으로 나를 소개했지만, 이제는 병 대신 요즘의 기분으로 나를 나타내고 싶다.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화와 청소년 소설로 등단했고,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가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 미래에는 남극에서 펭귄을 바라보며 머리를 비우려는 꿈을 갖고 있다.

이전 25화 표지가 결정됐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