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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May 12. 2023

소금빵을 만드는 사람에서 먹는 사람이 되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

매일 반죽을 쳤다. 처음에 손으로 열심히 쳤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반죽의 문제인가, 온도의 문제인가. 열심히 찾아봤다. 그 당시 나의 유튜브 제빵 스승님은 도합 30분 정도 된다. 그분들의 열강을 들은 횟수는 200번 정도 넘을 것 같다.


서른 분의 스승님들이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이 있다. 발효가 되기 위해선 온도가 중요해요. 그래서 오븐에 온도를 조절해 온도를 맞춰두고 반죽을 발효시켰다. 오븐 안과 밖이 점점 뜨거워졌다. 뜨거워진 몸체에서 나오는 열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빵이 더 맛있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달궈진 오븐 앞에서 빵이 충분히 발효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그 순간. 내 마음도 부풀어 올랐다. 오늘은 어떤 손님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또 홍보해보겠다고 서울에 비건 마켓도 나가보기도 했습니다


손님들을 맞이하고 빵을 전달하면 내 마음이 전달될 것 같았다. 제 뜨거운 마음을 알아주세요. 열정을 알아달란 말이에요. 소금빵으로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 닿은 건 식어버린 나의 마음이었다.


베이킹도 과학이다


다 쓰러져 가는 가게를 살리고 싶다는 나의 포부만큼 베이킹 수업에 돈을 썼다. 150만 원을 일시불로 결제했다. 좋은 사업가라면 미래가치를 생각하고, 지속가능 여부도 따졌어야 했다. 돌아보니 사업가적 마인드는 꽝인 사람임에 틀림없는 결정이었다.


게다가 나는 성실한 학생이 아니었다. 선생님께 배운 베이킹 지식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베이킹 용어부터가 문제였다. 첫 시작 때, 베이킹파우더와 베이킹소다의 차이도 몰랐다. 빵순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에 베이킹을 배우면 신나기만 할 줄 알았지. 베이킹 수업이 끝나고 가게로 복귀하는 두 시간 내내 지하철 의자에 대자로 뻗어 기절했다. 가게 앞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는 길이면 어김없이 한숨이 나왔다. 나, 할 수 있을까?


매일 소금빵을 굽는 마음


의외로 베이킹이 너무 어려웠다. 쉽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문제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미 고개를 끄떡거리고 있을 테지. 김치찌개도 된장찌개도 젬뱅인 내가 베이킹. 어딘가에서 이런 소리를 들었던 게 나를 착각하게 만들었다. "베이킹은 누구나 다 해. 눈이랑 귀만 있으면 한다." 요리도 과학이라던 남편의 말을 잊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제일 싫어하던 과목이 과학이었는데. 그걸 놓친 탓이었다. 베이킹은 정말 계량이 중요하지 않은가.


영상을 200번 정도 봤다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단 말이다. 선생님께 배웠던 지식들을 내 걸로 만들어서 응용했어야 했는데, 응용이 되질 않았다. 글을 쓸 때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고 필사하고 또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내 것으로 체화가 되는데. 베이킹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매일 아침마다 죽어라 했는데, 내 마음이 들킨 것 같았다.


채근하는 말들이 나를 더부룩하게 만들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말. 이렇게 하는 게 더 낫겠다는 말.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 등등. 코앤텍스트를 운영하고, 글을 쓰고, 강의를 나가고, 관광두레 일을 하고. 산적해 있는 먹고살기 위한 일들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시간을 빼서 하고 있는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나 진짜 하고 있다니까?"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지금은 그냥 마음 편하게 사 먹는다. 엄마와 자주 가는 단골집이 생겼다. 매주 한 번씩 그 집 소금빵을 먹지 않으면 생각이 나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다.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린다.


"만약, 내가 만든 소금빵도 누군가에게 이런 가치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빵 만들기가 재미있었을 거다. 재미있으니까 계속 빵을 만들었을 테고. 그렇다면 지금과는 분명 다른 선택을 했을 게 분명하다. 아마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베이커리를 운영하게 됐겠지. 만약 그랬다면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했을까? 좋아해서 노력하고 싶었지만 해도 해도 잘 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게 바로 베이킹이었고. 


150만 원짜리 쓰라린 실패. 하면 다 된다는 말이 있던데 베이킹이 즐겁지 않았다. 분명 내 마음이 빵 맛에도 영향을 끼쳤겠지. 재미없어.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 순간 침대에서 눈 뜨는 것도 싫었다. 누구나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듯, 나도 그랬다. 아쉽다, 속상하다는 말을 들으면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다고 쿨하게 답했다. 


더 해보겠다고 발버둥 쳐도 결과물이 시답지 않았어도. 

그때의 나는 분명 시도를 했을 거고 또 실패했을 것이다. 



오늘의 질문: 나의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1. 내 마음을 쓰라리게 했던 실패가 있나요?

2. 실패를 인정했을까요?

3. 그 실패 이후, 나는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질문으로 만드는 예지력ㅣ 허예지ㅣ한문장쓰기챌린지ㅣ오생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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