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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Aug 09. 2023

감응 말고 공감하며 살면 어때?

사랑하는 엄마에게 1


아까 전화로 엄마에게 말했지. 나랑 가까운 지인이 내게 버럭 화를 냈다고. 그러니까 나도 갑자기 화가 일어났어. 그런데 화를 내고 싶진 않았어. 전이된 감정을 다시 토해내고 싶지 않아서 "아니, 왜 화를 내면서 말해?"라고 말했어. 예전 같았으면 그냥 화를 온몸으로 받았을 것 같은데. 


사람들의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던 때가 기억나. 그때는 만났던 사람의 기분을 온 신체로 느끼고 상상했어. 그러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풀었던 것 같아. 몇 해 전, 아니 고작 일 년 전에도 그렇잖아. 엄마가 가게에 오는 날이면 난 매일 이런 말을 했지. "도대체 그 사람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


항상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썼거든.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어릴 적부터 배워왔으니까. 그 당시에 나는 경청을 넘어서 사람에게 감응했지. 상대방이 펑펑 울면 나도 똑같이 울었고, 아니면 깊은 슬픔으로 빠지면 나도 그랬던 날이 있었어.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는 유기체 안에서는 감정이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감정은 존재의 표면 위에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물결이나 파문과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 공감과 감응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됐거든. 공감은 타인의 감정 혹은 의견을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라면 실제로 그 기분에는 흡수되지 않는 거니까. 상대방과 한 발자국 떨어져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더라고.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책인데, 아마 엄마도 봤을 거야. 아빠가 나한테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려달라고 했거든.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책이야. 제목 그대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고 저자는 끊임없이 강조해.


사람은 일종의 존재상태입니다. 
사랑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내면에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감정에 충실한 만큼 후회할 일도 많아졌어. 그땐 내가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 덜 표현해 볼걸. 극적인 반응으로 인해 나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꼈을 거야. 책을 읽으며 사람이 일종의 존재(Being) 상태이고, 마음과 존재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 당시 일어나는 마음이 곧 내가 아닌 거였더라고. 현존하는 내가 내 마음을 지켜보면서 마음의 틈새가 만들어졌어.



엄마가 나한테 '여유'가 생겼다고 말해줬잖아. 과언이 아니고 이 책 덕분이야. 

그래서 요즘 아빠에게 참 감사하게 되었어. 


어떠한 사고 활동이든, 매 순간 생각과 내면의 고요함 사이로 왕복하는 습관을 가지십시오.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몸 전체로 생각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어떤 생각이 일어났을 때, 과거나 미래를 바라보기보다는 '지금'을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겠어. 내가 과거에 머무르면 후회가 일어나고, 미래에 있으면 조바심이 생긴다고 하잖아. 매 순간 지금 엄마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지금이 되면 좋겠어. 엄마, 우리 마음을 천천히 열고 닫자.





오늘, 엄마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 책'에 다 있는 이야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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