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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Apr 30. 2022

잘가요, 나의 선생님

노처녀 성장 소설, 유니스 다이어리

월요일.
저녁 야근 중 비보를 듣고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울다 퇴근해 집에서도 함께 했던 추억을 돌아보며 한참을 울었다. 돌아가셨다는 기사에 더 많이 달린 악플들 때문에 더 속상했다. 아무리 싫어도 타인의 죽음 앞에서 함부로 말하는 저열한 우리들은 부디 아니었으면 한다.


화요일.
퉁퉁 부은 얼굴의 조문 복장을 하고 오후에 클라이언트 미팅에 갔다가 바로 춘천으로 갔다. 혹시 피곤하면 숙소를 잡아 자고 다음날 바로 출근할 수도 있을까를 대비해 짐도 다 챙겨갔다.

4시 반쯤 도착해 조문을 하고 반가운 얼굴들과 그 자리를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다 돈선 선생님을 댁에 내려 드리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새벽 1시 반.


수요일.
피곤하니 좀 늦게 출근할까 하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그냥 평소처럼 출근했다. 종일 몰아쳐 일하며 어마무시한 분량의 일들을 처리했다. 순간순간 자꾸 멍해지며 울컥했다.


목요일.
춘천에서 낮에 미팅이 있어 다시 춘천행. 김유정문학촌에 들러 선생님들과 미팅을 하고 김유정역 앞에서 동료와 춘천닭갈비를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헤어져 다시 장례식장으로 왔다. 이 일정 때문에 차 2대로 와야했다. 금요일의 이른 발인을 보기 위한 화요일의 멤버들이 슬금슬금 모였다.


저녁에 선생님을 보내드리기 위한 간단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오랜만에 맥주를 엄청 마셨다. 이제 그만 마시고 숙소 잡아 들어가야겠다 생각하던  오래  봤던 작가 동생들이 늦은  도착했다. 가서 자기는 이미 글렀다. 그리하여 다시 계속 마셨다. 새벽 4 정도까지. 우린    다목리 모월당에서 선생님과 무박 2일로 밤새 마셔대던 그때처럼 함께 울며 웃으며 마셨다.
 
금요일.
발인이  시간  남아 두어 시간 차에서 쉬었다 나왔다. 빨리 술을 깨기 위해 먹지도 않는 아침도 먹고 커피도 많이 마셨다.
발인만 보고 출근하려 했는데 화장터까지 같이 가서 선생님을  보내드렸다. 화장터를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부슬부슬 비가 오며 날이 잔뜩 흐렸는데 화장터를 나오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기 시작했다.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청명한 하늘과 엽서 같은 구름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선생님은 하늘에서도 환영받는 인기쟁이인  같았다.

도저히 너무 피곤해 사무실 출근은 힘들 것 같아 집으로 와 재택을 했다. 점심때 도착해서 저녁 7시까지 쉼 없이 전화, 이메일, 카톡, 문자를 주고받으며 폭풍처럼 일처리를 했다. 오늘 일 관련 통화만도 50통을 넘게 했다.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 간편 누룽지탕 한 그릇 먹고 났더니 밤11시. 며칠 꿈꾸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선생님을 잘 보내드린 것 같아 후회는 안 생길 것 같다.


잘가요, 나의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선생님의 시 중 내가 너무 좋아하는 시를 자꾸 자꾸 듣고 있는 밤이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by 이외수

https://www.youtube.com/watch?v=PaOH8GEai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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