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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Apr 01. 2022

거짓말처럼

노처녀 성장 소설, 유니스 다이어리

2022년 4월 1일, 바깥은 봄 photo by 유니스 황

잠깐 병원 다녀온 것 빼고는 9일 만의 외출이었다. 그것도 동네에서 잠깐 브런치를 먹는 것이었지만. 확진자도 아니면서 확진자보다 더 오랜 셀프 격리의 시간을 보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9일 만의 일이었다. 거짓말처럼.

바깥은 어느새 봄이었다. 거짓말처럼.

맑자고 푸르자고 작정한듯한 4월 첫날의 하늘도 거짓말처럼 눈부셨다.


너무 맛있어 과도하게 먹은 브런치로 인해 잠시 산책을 할까 하다, 산책도 할 겸 걸어서 옆동네 피아노 매장이나 구경하러 가자고 했다. 내가 관심 있는 사양의 피아노가 3대 있었고 하나는 예상한 가격, 다른 2대는 그 두배의 가격이었다. 당연히 소리에 이끌려 그 두 배 가격대의 피아노 건반을 좀 두드려보고 나니 셋 중 젤 비싼 아이만 눈에 들어왔다. 역시 비싼 건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키보드를 새로 바꾼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하며 반이상 더 싼 피아노를 다시 쳐봤지만 좋은 것임에도 쨍쨍거리는 목소리가 영 별로였다. 물론 전공생들 같은 경우 좀 더 날카롭고 명확한 이런 소리들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소리는 오래 들으면 피곤하다. 그리고 일단 건반의 손맛이 확 달랐다.


힘겨운 음악가인데 가격 할인이 좀 더 안 되겠냐고 하니 곤란해하시다가 오늘 바로 계약하고 입금하면 10만 원 더 할인해주시겠다 하셨다. 오늘은 그냥 구경만 할 생각이었고, 올해 안에 한번 바꿔볼까 하던 중이었다.

처음 가본 곳에서 피아노 3개 보고 바로 구매하기엔 몹시 갈등이 되어, 무엇보다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일단 집까지 걸어가며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왔다.


피아노를 보고 이야기를 하고 나온 시간은 딱 15분쯤. 피아노 3대를 쳐본 시간은 합쳐서 5분이나 될까?

집에 와서 좀 더 고민하는 척, 신중한 척을 잠시 하다 좀 아까 계약금을 입금하고 말았다. 거짓말처럼.


역시 충동구매를 하기엔 만우절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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