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땅져 샴페인, 안티갈 아두엔투스 와인 시음기
코로나 후유증으로 며칠 후각을 잃었었다. 섬유유연제를 가득 넣은 빨래에서도 단내가 가득할 과일에서도 아무 향이 나지 않아, 고가의 오퍼스원을 마셔야 하는 자리에도 안 나갔었다. 향기도 음미할 수 없는 자가 감히 오퍼스원을 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회복 이후, 간단한 맥주 외에는 일주일 넘게 와인을 마시지 않다가 향이 조금씩 느껴짐을 발견하고는 회복과 연휴 시작을 기념하며 격리 해제 이후의 첫 와인을 마셨다.
Taittinger Millesime Brut 2004 떼땅져 밀레짐 브뤼 2004
샴페인은 역시 시원해야 제맛, 너무 묵힌 올빈 샴페인은 옳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도 밀레짐 답게 황금빛 가득한 볏짚 컬러에 오랜 시간의 향기가 풍부하긴 했다만, 샴페인 특유의 힘찬 버블감은 거의 없고 뭔가 진한 쇼비뇽 블랑 같은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모습은 남아있지만 역시 젊음에는 한참 밀리는 아침프로에 나오는 왕년의 배우 같달까? 그래도 클래스는 영원하기에 꽤 깊고 우아한 맛이긴 했다.
유니스의 깨알 와인 상식: Millesime 밀레짐은 무얼까요?
와인의 빈티지, 즉 와인의 생산연도입니다. 대부분의 샴페인은 여러 해 수확한 포도를 섞어 만들어 연도가 표기되지 않는데, 이렇게 빈티지가 표기된 샴페인의 경우는 그해 포도 품질이 우수해 그해 생산된 포도로만 샴페인을 만들고 연도 표기를 한다고 하네요.^^
Antigal, Aduentus Malbec 2018
말벡은 거의 안 좋아한다만 안티갈 우노 말벡을 몹시 애정해서 같은 안티갈에서 나온 아두엔투스를 골라봤다. 미리 열어놓았음에도 꽤나 볼드한 느낌이었다. 우노 말벡이 뭔가 여성적인 느낌의 말벡이었다면 얜 가죽과 시가향, 정향 느낌 가득한 남성적인 전형적 말백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점점 열리며 꽤 괜찮아지길래 그 순간 병을 확인했더니 딱 한잔쯤 남아있었다.
역시 와인은 시간의 술, 타이밍이 중요하다!
P.S 신기했던 건 와인과는 절대 안 어울릴 것 같았던 제주 몸국이랑 말백이 꽤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