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맥주 시음기
한창 핵인싸템이라던 곰표맥주. 초반엔 몇 번 찾아보다 잘 없기에 굳이 시도를 안 하다, 오늘 집 앞 씨유에 갔더니 쌓여 있기에 들고 와 봤다.
나온 김에 옆 편의점 이마트24에 가서 와인 구경하다 데일리 와인도 한 병 사고, 몇 캔 안 남은 클라우드가 생각나 마트에 가서 한팩 더 사서 집으로~ 집에 들어오는 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빵 굽는 냄새가 넘 좋아서 1층 식빵집에서 뜯어먹는 식빵도 두 덩이 사서 올라왔다.
그러고 보니 4군데의 가게 중 3군데에 가서 술을 사다니…
별생각 없이 사들고 온 아이템들을 꺼내고 나니 살짝 부끄러워졌다.
학구열이 발동해 따끈한 빵과 함께 곰표맥주를 바로 따라 마셔봤다.
흠… 상큼 달콤한 과일향이 확 퍼지는 게, 뭔가 에일의 느낌이 강했다. 그러고보니, 스위트하게~ 위트있게~ 곰표 밀맥주라고 써있는 게 이제야 보인다. 쓰여진 카피처럼 무겁지 않고 편안한 목넘기에, 살짝은 달달한 봄밤같은 분위기와 어울리는 밀맥주였다. 그래도 풍기는 향기처럼 그리 달지는 않아 다행이었던 이 맥주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뭐랄까… 호가든의 좀 더 상큼 발랄한 소녀버전이랄까? 혹은 호가든의 4월 벚꽃엔딩 에디션 같은 느낌이랄까?
달콤한 과일향에서 뭔가 익숙한 위험함이 느껴져 캔 정보를 살펴봤더니 역시나 복숭아 추출물이 함유되었다. 난 복숭아 알러지가 있어서 내 주변에서 2프로 복숭아도 못 마시게 하고, 심지어 복숭아에 관한 포스팅은 좋아요도 안 누르고 바로 지나가는데…ㅋㅎ 그래도 그간 술 마실 땐 다른 때보다 복숭아 향에 덜 민감하게 반응했었음을 믿고 한 캔은 다 마셔보기로.
쏴하고 묵직한 라거를 좋아하는 취향이라 내가 계속 마실 맥주는 아니었다만 남기긴 좀 그래 속히 다 마시고 클라우드로 입가심을 해주었다.
평소 맥주의 맛이 살짝 텁텁하고 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걍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는 맥주 두어 잔쯤의 주량이신 분들, 무거운 맛이 싫은 소녀들, 호로요이 같은 걸 좋아하는 분들, 호가든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매우 괜찮을 듯하다. 화창한 날 낮술로 마시기에도 가볍게 상큼하니 좋을 듯하고.
암튼 내 취향에 딱 맞진 않아 탐험이 성공적이진 않았다만, 궁금증은 해결했으니 만족스러웠다.
나머지 3캔은 주변에 나눔을 하기로 하고 클라우드를 꺼내 2캔 더 마셨드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