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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Aug 21. 2021

조금은 우아한 축하주

샴페인 앙리오 밀레짐 (ft.리델 샴페인잔vs쿠페잔)


“조금은 느리고 우아하게” 출간을 기념하는 축하 샴페인을 마신다면 단연코 우아함에 딱 어울리는 라스키친이지 싶어 근처에서 거한 식사에 와인 한 병을 마셨음에도 라스키친으로 달려갔다.


이날의 와인은 축하주에 몹시 걸맞은, 사려 깊은 사장님의 추천 샴페인, 샴페인 앙리오 브뤼 밀레짐을 선택했다. 심지어 샴페인 앙리오의 200주년 되는 해인 2008이니 얼마나 야심차게 정성을 다해 만들었겠나 싶어 엄청 기대되며 마구 설렜다.


이제껏 마신 잔 중 스템이 젤로 긴 세상 당당하고 우아한 샴페인 잔에 영롱하게 담긴 자태가 기분을 업시켰다.

우와~ 상큼 청량한 과실향과 함께 입안을 가득 채우는 버블감은 또 어찌나 부드럽던지… 고상한 실크 드레스를 입은 매력적인 미녀의 환한 미소 같은 느낌이랄까?

탱글한 산미, 실키하고 부드러운 텍스쳐, 치우침 없는 발란스에 여운도 오래 남는 매력적인 샴페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독특한 향이 있는데 뭐지 뭐지? 하다 생각해보니 신선한 딸기 위에 우유를 부은 것 같은(딸기 우유 말고 딸기에 우유를 부어야만 함ㅋ), 과일 화채에 우유를 부은 것 같은 살짝 밀키하고 고소한 향이 피니쉬에 계속 남아 마음이 몹시 밀키실키해지는 밤이었다.




심지어 잔에 관심이 많은 내 취향을 아셨었는지, 향이 더욱 풍성하고 강력해지는 넓은 쿠페잔도 가져와 맛의 차이를 비교하게 해 주신 사려 깊은 사장님은 진정 쵝오~!


리델의 롱 스템 맥스 샴페인잔은(이건 플룻잔이라기 보단 튤립잔에 가까운 형태인데 정확한 모델명은 모르겠다) 버블을 오래 지속시키며 은은하게 풍기는 향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가슴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설이 있는(근데 앙투아네트 이전부터 이 모양의 잔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그냥 설인 것 같다) 쿠페잔은 뭔가 향기가 확~ 덮치는 느낌이랄까? 첨엔 습관처럼 스월링을 하다가 아까운 샴페인을 쏟았다는... (요건 칵테일 마시듯 스월링 없이 가만히 드세요~^^)

일반 샴페인잔이 은은하게 고혹적인 미녀의 우아한 미소 같다면, 쿠페잔은 뭔가 대놓고 꼬시려고 하는 육감적인 미녀의 유혹처럼 느껴지는 맛이랄까? 여튼, 같은 와인이라도 두 잔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향기와 강렬한 풍미를 중시 여기시는 분이시라면 쿠페잔에, 기분 좋은 버블감과 은은한 여유로움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일반 샴페인잔에 마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따르기는 조금 불편해도 기다란 샴페인 플룻잔에 마시는 게 제일 샴페인다운 느낌인 것 같다.



여튼 잠시 악기 앞에 앉았다 시원한 샴페인 한잔이 생각나, 앙리오와 함께 한 시간을 복기하며 간접 음주를 해보는 새벽. 때마침 내리기 시작한 새벽의 빗소리가 샴페인의 버블 소리를 닮았다고 생각하며 입맛을 다셔보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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