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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은 극복의 대상일까

by 피델


인생독모, 네 번째 책은 『혼모노』다.


이번 시즌엔 "다양하게 읽자"는 참가자들의 의견이 많아서, 기존의 자기계발서 위주에서 벗어나 비트코인, 건강, ChatGPT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그렇게 4주 차에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가 뽑혔다.


참 다행이다. 2, 3회 차의 책이 쉽지 않았거든.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4회 차가 소설책이라니,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밀리의 서재에는 보는 책으로는 없고, 오디오북만 있더라. 그제 부모님 댁에 다녀오면서부터 듣기 시작했다. 어제는 간단히 듣는 시늉만 했다. (매일매일 봐야 하니까..)


그러고 나서 오늘 아침, 다시 들으려고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나는 생각보다 읽고 나서도 기분이 찜찜했는데, '나와 결이 안 맞는 책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다 '완독지수'라는 걸 보게 됐다.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을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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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할 확률'은 이해가 갔다. 아마 나의 과거 독서 습관을 보고 알려주는 거겠지. 책을 처음만 읽다 말고 끝까지 못 읽은 책도 꽤 있었으니까.


그런데 완독 예상 시간이 478분이다. 평균은 154분인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문득 생각해 보니, 나는 유난히 책 읽기를 어려워하긴 했다. 안 읽혀서 다시 읽고, 또다시 읽고를 반복했으니까. 글쓰기 선생님도 아침에 잠깐, 10분쯤 읽으면 2주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하셨는데, 나는 하루에 30분은 봐야 10일 혹은 2주에 완독이 가능했다.


그랬다. 나는 난독증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막연히 '책 읽을 때 시간이 참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면서 "난독증인 것 같다"라고 했는데, 데이터가 이렇게 보여주고 있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은 책을 읽기 어려울까?
난독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극복의 대상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런 결론에 도착한다.


어쩌라고?


'그냥 하면 돼. 책을 읽다 보면 난독증이 없어질 거야. 극복할 수 있을 거야. 난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맞을까 하다가, 괜히 그 짤이 생각났다.

"그냥 하는 거지"라고 말하던 연아 퀸의 레전드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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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해야 해!' 하는 순간, 이건 나의 문제가 된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된다.

근데 뭐, 어쩌라고? 그냥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해 보니,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아니 근데 진짜 뭐 어쩌라고...? 그래도 나름 이제 한 달에 책 두 권씩은 읽는다. 1년에 20권은 보는걸. 1년에 책 한 권도 안 보던 5년 전에 비하면 20배 이상 발전한 거지, 뭐.


솔직히 1년에 100권 이상 읽는다는 분들, 별로 안 부럽다. 뭐, 잘 읽히나 보지. 나는 20권만 보더라도 그 책에서 기억나는 문단을 매일 정리하면서 적용해 보는 게 더 좋다.


그래서 내가 특히 오래 걸렸던 책들은 생각하고 적용할 게 너무 많은 책들이다. 『인간관계론』, 『육일약국 갑시다』, 『미움받을 용기』 같은 책. 이 책들은 내 인생 책이기도 하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가 아니고, 남들과 비교해도 된다.


남들과 비교한 후 내가 뭐가 다른지 알면 된다. 그리고 난 나의 방식대로 뚜벅뚜벅 갈 뿐.

이 또한 나에 대한 메타인지가 아닐까!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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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읽어주는 책이 8시간이 완독인데, 다른 사람들의 평균 읽는 시간이 154분이라면... 3배속으로 듣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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