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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

(feat. 미라클 모닝)

by 피델


새벽 4시. 알람이 막 울리기 전 눈을 뜬다. 4시 1분에 맞춰둔 알람은 무조건 꺼야 한다.


미라클 모닝을 지속한 지 6년째다.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지키지 못하는 때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하고 있다. 요즘은 4시 기상을 놓쳐 4시 반, 5시, 5시 반에 일어나기를 반복하다가, 최근에야 간신히 다시 4시 기상에 성공했다.


생각해 보니, 4시에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는 듯하다. 간단히 정리해 본다.


우선 두 가지를 밝힌다.


첫째, 나는 미라클 모닝을 하기 위해 잠을 일찍 잔다. 잠이 없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둘째, 사람마다 맞는 방법이 다르다. 나는 새벽의 고요함이 좋아서 이렇게 한다.


4시에 일어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방법


최근에 알람 앱을 하나 설치했다. 지난번 독서 모임에서 객원 멤버분이 알려줬다.

"알라미 앱"

좋다고 알려준 게 아니라, 미라클 모닝 때문에 이것저것 다 해봤다면서 "이것도 안 됐다"라고 하시며 알려준 앱이다.


정해준 시간에 맞춰두면 반드시 그 시간에 랜덤으로 나오는 미션을 수행해야 꺼진다. 오늘 아침에는 커튼을 찍으라고 했다.


대부분 그렇듯이, 이 앱을 설치한 이유는 일단 일어나기 위해서다. 일단 일어나면 다시 자러 가지는 않는 편이라서.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문제가 있었다.

휴대폰을 보다가 잠자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휴대폰을 밖에 두고 자러가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새벽에 알람이 울리면 그걸 끄기 위해 가야 하는데, 귀찮아서 스마트와치로 꺼버린다.

근데 이 앱은 와치로 꺼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못듣고 아들이 새벽 네시에 끄러가는 경우가 있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내 방에다 두고 자러 갔다. 그랬더니 못 듣고 한 시간 동안 혼자 울리고 있더라. 남은 배터리양은 5%였다.


흠, 어떻게 해야 하나.


우연히 회식으로 술을 한잔하고 들어온 날,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잠이 들었다.

이런, 내가 세운 루틴을 지키지 못하다니.


4시, 알람이 울린다. 스마트워치로 꺼버린다. 암, 수면 시간이 중요하니까.


4시 1분, 알리미 앱이 울린다. 어이쿠, 꺼야 한다. 어떻게 끄지?


고양이를 찍으란다. 없다. 우리집에는 고양이가 없으니 다른 거,

슬리퍼를 찍으란다. 바로 침대 밑에 둔 슬리퍼를 찍어본다. 안 된다.

세면대를 찍으란다. 귀찮다. 다른 거,

커튼을 찍으란다. 어둠 속, 취침등의 불빛을 받아 창문에 있는 커튼을 찍어본다.


성공이다.


음... 그냥 일어나자.


그렇게 3일 연속 4시 기상에 성공했다. 신기했다. 이렇게 다시 루틴이 잡히다니.


나는 아들이, 아내가 내 알람 때문에 깨는 게 싫어서 들리는 거실에 두지 못했는데,

그걸 바로 옆에 두니 아내가, 아이가 깨지 못하도록 들리자마자 끄게 됐다.

바로 옆에 있으니.


이렇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회피 동기'를 이용한 거다.


4시에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


가끔 동료들이

"어떻게 4시에 일어나세요?"라고 하면,

"일찍 자요"라고 대답한다.


"몇 시에 주무시는데요?"라고 하면

"10시요"라고 대답한다.


그럼 대부분 눈이 동그래지면서 "하???"라고 놀란다. 좀 친한 사람들은 "아부지!!!"하고 놀리기도 한다.


10시면 자러 들어가는 편이다. 가끔 휴일 전날 자꾸 11시, 12시까지 놀곤 할 때면 깨지기도 한다.

어제처럼 글쓰기 수업이 있거나 독서 모임을 하고 오면 11시가 넘어버리니 난감하긴 하지만,

되도록 패턴을 지킨다.


특별한 방법이 없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책에서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https://blog.naver.com/riki78/223980283896

동의한다. 멜라토닌이 분비되는 시간을 위해서는 아침에 세로토닌을 잘 받아줘야 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가 어디 호르몬대로만 사는 사람이던가. 가끔은 호르몬보다 우리의 욕구가 더 앞서기도 하지 않는가.


결국 '일찍 잔다'는 행위는 '내일 일찍 일어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날 아침 일찍 일어나겠다는 행위도 그런 의지이기도 하지만, 저녁에 잘 때까지 그 의지가 지속되는 건 정말 대단한 사람인 듯하다)


일찍 잔다는 건 '향상 동기'의 일종이다.


오늘 하루


적어놓고 나니 아무 말도 아닌 듯도 하다.


빨리 일어날 수밖에 없게 [회피 동기] 하고, 빨리 일어나고 싶게 [향상 동기] 한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괜찮은 방법이다.


오늘 하루, 일찍 시작했으니 너무 욕심내지는 말자. 또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라고 압박받으면 스트레스만 받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열정적인 하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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