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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 Aug 10. 2023

23년 6월 베트남, 호이안 #2

거리에서


시간 속을 걷는 듯한 거리는 어쩌면 여행자의 눈에만 로맨틱해 보일지 몰라도, 올드타운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호이안의 거리는 어쩐지 느리고 한적한 분위기를 풍긴다. 맞벌이로 콩이를 키우며 일상에 여유라곤 1도 없는 시간을 견디다가 얻은 나흘간의 휴가.


낮에는 올드타운의 고즈넉한 건물과 꽃의 조화를 즐길 수 있고, 밤에는 화려한 조명과 북적이는 생기로 가득 차는 곳. 다낭여행 3박 4일간을 내내 호이안에서만 보낸 것은 콩이를 생각해서 호텔을 옮기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좋은 일이었다.


쭉 이런 풍경을 보며 걸을 수 있다. 단 양산은 필수.


호이안의 등은 낮에는 사랑스럽고, 밤에는 화려하다. 낡은 지붕들을 덮은 꽃나무는 하나하나의 집들을 마치 액자처럼 포장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0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 도시' 같은 말을 들으면 거기 사는 사람들 좀 불편하겠다,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분위기 없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보기에 그런 도시들은 늘 아름답고 유혹적이다.


이 많은 등불을 언제 이렇게 다 만들었으며 또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다 예쁠까?

길을 가득 채운 꽃나무와 간간이 마주치는 전통 모자를 쓴 상인들은 그 자체로 그림이다.



묵었던 호텔도 낮과 밤 모두 아름다웠다. 뜨거운 태양과 밤의 전등이라니!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건만 나의 부족한 기술과 늙어가는 핸드폰이 원망스러울 뿐.

돌아와서도 한동안 그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열기와 반짝이는 밤이 자꾸만 생각났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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