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0월 아기랑 삿포로 # 2
라젠트 호텔의 조식은 적당하다. 어마무시한 규모를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먹을 건 다 있는 알맞은 조식. 아이 데리고 다니는 입장에서는 너무 맵거나 짜지 않은 어린이용 음식과 과일이 있고, 아기 의자와 식기만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는 바 나로서는 아주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
일본은 안경테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바 안경인인 남편을 위해 이튿날 첫 일정은 안경샵 방문으로 정했다. 가네코 안경이라는 체인이 있는데 좋은 후기가 꽤 있어 이곳으로 결정. 아침밥을 배불리 먹고 기운차게 호텔을 나서는데 날씨가 정말 완벽했고, 그 완벽한 날씨 아래 마라톤 행사가 진행 중이라 시내 전체가 들뜬 기분으로 가득했다.
코가 상쾌해질 정도의 공기에 새파란 하늘을 감상하며 안경테를 골랐는데 이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나는 안경을 써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남편 말로는 한국에서 테를 맞출 때보다 피팅을 훨씬 오래 하면서 꼼꼼히 봐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 업체가 그런 편인지 아니면 우리가 방문한 매장 직원이 유난히 그런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돈을 쓰고도 너무나 정성스럽게 맞춰주어 인상적이었다고 하니, 앞으로도 안경이 필요하게 되면 일본에 와서 사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기나긴 피팅 시간을 콩과 함께 기다리느라 위의 사과가게에서 캔디애플을 사다 바치며 기분을 맞춰주었다. 보통 탕후루 계열의 과일캔디를 즐기지 않는데 여기는 사과 자체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던 기억이 남는다. 저 체인점이 원래 그런 걸까...? 다음에 다른 도시에서 발견하게 되면 먹어봐야지.
안경테를 사고 (렌즈까지 맞출 시간은 없어서 렌즈는 한국에서 사기로 하고 패스) 커피를 한잔 마시고는 다이마루 백화점으로 향했다. 이제 한창때의 엔저는 아니라 예전만큼의 메리트는 없지만 적당한 가격대의 상품을 구매하면 약간의 환차익과 함께 세금 환급을 받아 나름 이득인 것! 예전부터 사려고 찜해두었던 벨트를 사기 위해 나 혼자 백화점으로 달려가고 남편은 콩과 함께 가챠샵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일본 하면 가챠샵이 거의 관광코스처럼 유명한데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뽑기라는 컨셉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럭키드로, 럭키박스, 이런 류의 마케팅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걸 줘도 내게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상품일 수 있고, 지불하는 비용 대비 얻는 대가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뭔가를 하는 걸 즐기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뽑기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므로 더욱 그러한데....
남편과 콩은 미친 듯이 뽑기를 하면서 오락실을 헤집고 있었다. 콩은 한국에서도 오락실이란 곳을 가본 적이 없는데 난생 처음으로 번쩍번쩍한 화면들과 짤랑짤랑 아이들을(어른들도) 유혹하는 가챠에 거의 넋이 나가 그야말로 HIGH 상태였다! 정신을 놓고 뛰어다니면서 내가 동전을 이미 넣어 준 게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튀어다닐 정도로...! 생각 외로 뽑기 한 개에 삼천원 오천원 만원짜리까지 있어서 돈이 그야말로 물처럼 새는 곳이었으며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작고 쓸모없는 온갖 것들을 쓸어모든 콩과 남편은 아쉬워하며 가챠샵을 나왔다. 얼마를 썼는지는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