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30일 금요일 곰민정 작업일지
이번주의 작업들을 정리해 보자.
6월 초까지 한창 눈사람 그림책 작업을 했다.
3월에 시작한 눈사람 작업을 한 여름까지 계속했더니만 조금 지쳤다. 엄마 집에 과일 쌓아놓은 걸 봐도, 중국집 주방에 깐 양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걸 봐도, 자꾸 눈사람 생각만 났다. 문제는 자꾸 보이기만 하고, 점점 안 그리고 싶어 진다는 점이었다. 이러다가 눈사람 그림책을 영영 완성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사람 휴가가 필요했다.
뭘 그리나.
뭘 그릴지 떠오르지 않는 날들은 좀 괴롭다. 하염없이 핀터레스트를 들락날락, 낱장의 그림들을 그리다 말았다. 어떤 장면과의 애정이 생겨야, 이걸 그리고 싶다, 이 장면에서 받은 나의 느낌을 전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그려야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것 같은데. 당최 내 마음에 들어오는 이미지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집에 초대했다. 친구의 집에는 이제 갓 3돌이 된 쌍둥이 두 녀석이 함께 살고 있다. 녀석들이랑 뭘 하고 놀까, 고민하다가 커다란 전지를 10장이나 사서 이고 지고 갔다. 나는 녀석들이랑 같이 그림 그릴 생각으로 종이를 가져갔는데, 얼레, 나보고 다 그리랜다. 옆에 똘망똘망 붙어서 기린을 그려라, 토끼를 그려라, 토끼를 두 마리 그려라, 고양이를 그려라. 요구사항이 참 많다.
그리고 돌아온 다음 주.
작은 팝업카드를 만들고 싶어 졌다. 신용카드랑 같은 사이즈로 언제든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기린과 토끼, 고양이가 숨어있는 카드. 요 녀석들 이거 보면 아주 갖고 싶어서 신나겠지? 생각하면서 조물조물 만들다 보니까, 시간이 호딱 재미있게 흘렀다. 뭘 그리나 고민하던 게 언제 적 일인가 싶게 폭 빠져 작업을 했다.
2탄. <토끼는 졸려> 보러 가기
3탄. <이게 뭘까?> 보러 가기
이번 작업을 하면서 확실하게 느꼈다.
나는 편지 쓰듯 하는 작업이 좋다.
듣는 이가 있고, 그를 기쁘게 하는 일을 나는 언제나 하고 싶다.
* 다음주 월화수는 휴가로 작업일지를 쉬어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