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민정의 오늘
요즘엔 낮에 수영을 한다.
수영반에 합류하려면 길고 긴 대기줄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냥 3,500원을 결제하면 매일매일 수영 1일권으로 한낮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첨벙첨벙 물놀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찌는 듯이 더운 여름, 묵직한 작업생활을 견디게 해 주는 고마운 시간이다.
12시부터 12시 5분까지.
무릎을 돌리고 어깨와 팔목, 발목을 빙글빙글 돌리고 수영을 시작한다. 수영 시간이 시작되면 레인마다 팻말이 세워진다. 걷기 레인, 초급, 중급, 상급, 마스터 레인. 쪼르르 바로 초급 레인으로 간다. 모서리에 걸터앉아 다리를 담그면 읏-추워와 미지근 사이 즈음의 온도가 기분 좋다. 나는 평영을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12시 50분 자유수영이 끝날 때까지 평영을 한다. 개구리처럼 강아지처럼 어푸어푸, 어푸어푸.
짝꿍에게 나의 평영 소식을 전했더니.
평영은 운동이 아니라며, 5분 10분이라도 자유형으로 수영할 것을 권했다. 그 목소리가 수영장까지 따라와 정말이지 오랜만에 팔을 접어 자유형을 시작한다. 그런데 자유형을 시작하면 갑자기 물이 두려워진다. 사실 나의 호흡은 매 팔을 돌릴 때마다 숨을 쉴 필요 없을 정도로 넉넉하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진 탓에 고개를 돌릴 때마다 숨을 '헙-!'하고 집어삼키고, 그러다 보면 몸이 굳고 무거워진다. 뒤에서 입 안이 새빨간 상어가 쫓아오는 기분이 든다. 일어서면 가슴팍까지밖에 안 오는 깊이의 수영장에서 그럴 일인가 싶지만, 어쩌나. 나는 어김없이 그렇게 되고 만다.
그래, 뭐라도 하는 게 어디야.
하는 마음으로 다시 평영을 시작한다. 편안한 영법을 시작해서 그런지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다리를 굽혀 팡! 차면 몸이 앞으로 쑤욱- 나가는 기분이 좋다. 문득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의 오징어가 된 기분이 된다. 오징어의 마음이 되고 나면 굳이 물 밖에서 숨을 안 쉬어도 호흡이 가빠오지 않는다.
새삼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나는 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걸까?
아직 답은 모르겠지만,
오늘도 수영하고나니
밥맛이 꿀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