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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유나 Jul 24. 2020

큰 그림을 그리다

지금까지 걸어온 흔적들이 결국에는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길


얼마나 어디까지 보여주면 될까. 나의 경험, 느낌과 상상이 누군가에게 어떤 생각으로 닿게 될까. 한 명이라도 내 글을 통해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기를 바라며, 시작해 보겠다.  



산만한 내 경력


경영학과와 의상학 복수 전공으로 대학 졸업 후, 금융회사 애널리스트 및 경영기획팀 , 엔터테인먼트 비주얼 디렉터, 방송 작가 및 수영 (스포츠) 칼럼니스트 등으로 근무하다가 두 번의 기흉과 한 번의 심장 수술로 몸에 세 번 뗌빵질을 하는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를 지켜야겠다 좀 더 소중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즐겁게 살고 싶은데, 자꾸만 보이지 않는 벽들에 막히고 설마 했던 유리천장이 점점 또렷해지는 거 같았다. 어떤 이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하고, 또 어떤 이는 산만해 보이는 내 이력서를 우려했다.




졸업작품 패션쇼에서의 내 작품



N***** 메인에 걸린 나의 '원더풀 수영' 칼럼 (우)와 SBS 본사에서 함께 한 노민상 해설위원 (좌)



금융회사 사보에 실린 '자율자동차'에 대한 내 칼럼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난 퇴직금을 들고 대학 때부터 꿈꾸던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다.

런던 유학은 내가 졸업 작품 패션쇼를 준비하고 여성복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대학 시절에 바늘구멍보다 어려운 패션브랜드 인턴 취업으로 좌절을 경험하면서 처음 알아보았다. 하지만 당시 1파운드에 4천 원이던 환율과 비싼 학비는 나와 내 부모님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었다. 당시, 운이라면 운이랄까 학교 취업정보실에 인턴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는데, 구인요청을 하는 회사와 통화 중이던 직원분께서 전화를 마치자마자 나에게 그 회사에 면접을 볼 것을 추천했고 그렇게 나는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 이후, 보다 현실적이었던 금융회사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십여 년이 지난 후 다시 도전하게 된 런던 유학, 그리고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든 런던 살이. 같은 런던이지만, 그간 쌓아온 "산만한" 경력만큼 공부하고자 하는 연구 목표도 바뀌었다. 내 전공 분야는 "Urban Foresights"이며, 한국어로 번역하면 "도시 미래학" 정도 될 것 같다. 2017년 여름, 런던에 처음 입성해 '빅데이터'를 통한 미래예측 방법론으로 석사과정을 이수했으며, 졸업식과 함께 곧바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Why not? 우린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좋아


오랜 시간 학교 캠퍼스를 벗어났던 내가 수업, 리포트 과제와 시험 등에 다시 적응하는 것은 역시나 녹록하지 않았다. 입학 초기 자기소개를 하면서,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이제 막 학사 과정을 마쳤거나 길어야 1년여의 회사 경력으로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때 조금 위축되었던 것 같다. 인문학이나 경영학 전공에는 중국에서 오는 유학생들이 70퍼센트 이상은 되는 데, 아래로 띠동갑도 꽤 있었다. 다행히 대부분 한국 방송 프로그램과 연예인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좋아해서 먼저 다가오는 학생들이 많았고, 나의 과거 회사 경험담들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면서 졸업 후 취업 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요청하기도 했다. 나 또한, 박사 과정에 대한 조언을 받기 위해 박사과정에 있는 영국 학생들을 만났는데, 내가 내 산만한 경력이 박사과정에 합격하는데 마이너스가 될까 우려하자, "Why not? 안될 게 모야? 네가 해야 할 연구는 많은 분야가 융합되어 있으니, 너의 경력과 경험들은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라고들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되었던 거 같다.


한국에서는, 인사담당자가 '증권업계 10년 차'와 나를 놓고 비교했을 때, 오래 한 분야에 있었던 사람을 선택할 확률이 크다고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사실 이미 흘러간 과거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나에게는 계속 불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 이력의 안을 열어보면 난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로 근무할 때 유통과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담당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내 예술적 감성과 맞물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비주얼 디렉팅 업무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모든 상황이 이력서 한 장에서 이해되기는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영국에서 석사 유학을 하면서 “미래예측 방법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첨단 기술들이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박사과정을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껏 참 오랫동안 안고 온 내 고민에 대해, 합격 발표를 듣고 한 친구가 해준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유나야, 너는 결국에는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될 조각들을 경험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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