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arc ferm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맹성준 Aug 26. 2016

107% 의 Rule

왜 모터스포츠인가

멋진 재규어 D 타입과 함께, 2015 Car show at San Antonio, Texas

안녕하세요.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남자. 맹성준입니다. 


Wordpress 에 모터스포츠 관련 블로그를 운영 중인 현직 엔지니어입니다. 이렇게 다음 브런치에 제 글을 올리게 되어 기쁩니다. 


메거진 형태로도 글을 올릴 수 있어서, Parc fermé라는 저만의 모터스포츠 메거진을 만들어 봤습니다. 같이 글을 쓰고 싶으신 작가 분들이 있으시면 주저 말고 신청해주세요.


*본 이슈는 advtechkr.wordpress.com 에 올라온 '왜 Formula 1 은 재미가 없나'를 재구성하였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Forbes에서는 가장 돈을 잘 버는 스포츠 스타를 조사해서 그 순위를 공개했습니다. 1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위에는 리오넬 메시, 3위는 르브론 제임스가 각각 올라왔습니다. 


Top 3 답게 정말 굉장한 액수를 자랑합니다. 전체 리스트를 내려보면 11위에 Formula 1 드라이버인 루이스 헤밀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 20위권으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많이 올라와서 11위로 올라왔군요. 상위권의 이름들을 쭉 훑어보면 대부분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런 이름들입니다. 


그만큼 이 스포츠 슈퍼스타들은 단순히 게임과 팬들에게서만 유명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저명인사 대접을 받죠. 그들의 능력은 정말 One in a millione이라고 해도 아까울 정도입니다. 


본인 소유의 제트기를 타고 출퇴근하는 남자. 루이스 해밀턴 [출처:루이스해밀턴Instagram]

 하지만 그들의 수입구조를 비교해보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모두들 저명인사만큼이나 Salary (게임 안에서 버는 모든 돈, 상금이나 옵션도 포함) 도 천문학적이지만, 그 외의 endorsements (게임 외의 수익, 즉 광고나 기타 수익) 가 차지하는 부분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Top 3 에 오른 올해 NBA Final 의 주역, 르브론 제임스의 경우, 연봉은 다른 Top 3 들에 비해서 작아 보입니다. 하지만 역시 미국의 엄청난 시장규모 덕분인가요? 경기 외 수익이 연봉의 2배가 넘습니다. 반면 루이스 헤밀턴을 보면 연봉 자체는 Top 3 에 뒤지지 않으나 경기 외 수익이 연봉의 10% 정도인 매우 초라한 모습입니다.

 

 지난 시즌 포함 3-Time World Champion이며 Formula 1 의 패션 아이콘, 빨간색으로 칠한 전용 제트기를 가진 billionaire. 수많은 수식어를 가진 현재 진행형 전설인 루이스 해밀턴이 고작(?) $4M라는 것은 심지어 야박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연봉이 $46M 인 선수가 고작 $4M 수준의 경기 외 수익이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Formula 1이 이토록 형편없이 재미없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이 사라진 것일까요? 지금의 Formula 1 은 어떤 형국인 건가요?


2016 호주 그랑프리 시작 전 드라이버 단체사진. 벌써 시트를 잃어버린 사람도 보이고, 강등된 드라이버, 승급된 드라이버도 보인다. [출처:F1.com]

 지금 2016 Formula 1 에는 World Championship Title을 가진 드라이버가 무려 5명입니다. 1990년대 세나 시절부터 지금까지 총 12명의 world champion만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Formula 1을 말 그대로 별들의 전쟁터, 꿈의 리그이죠. 

 

단순히 챔피언들 외에도 올해 18세에 최연소 우승 타이틀을 가진 맥스 베스타팬, 2016 DTM 우승자 파스칼 벨라인, 2015 Le Mans 우승자 니코 휴켄버그 등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포디움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니코 로스버그, 다니엘 리키아르도 같은 충분히 검증된, 최강의 실력자들이 다음 champion 이 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죠.

Formual 1의 모든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맥스 베스타팬 [출처:AFP/Getty Image]

 스포츠의 핵심중 하나인 라이벌 구도 또한 풀가동 중입니다. 루이스 해밀턴과 니코 로스버그의 서로 치고받는 경쟁은 2014년 바레인 그랑프리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특히 올해는 챔피언쉽 포인트 차이가 크지 않아 누가 챔피언이 될 것인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떠나온 옛 팀, 레드불과 경쟁하는 페라리의 세바스티안 베텔, 윌리엄스와 포스 인디아의 constructor standing 경쟁. 아직은 괜찮지만 곧 불꽃이 튈 다니엘 리키아르도과 맥스 베스타펜의 관계 등등 매 그랑프리마다 가십거리가 떠나질 않습니다. 여기에 내년도 드라이버 이적시장까지 겹치면 레이스 없이도 레이스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로만으로도 흥미진진입니다.


 Formula 1 이 재미없다는 사람들이 간혹 아니 많이 하는 소리가 바로 누가 이길지 뻔하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루이스가 이기겠지, 메르세데스 둘 중에 하나가 이기겠군, 물론 저도 메르세데스가 좀 심하게 강력하다는 것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독주 체재 때문에 인기 있던 스포츠가 비인기 스포츠가 된 적이 있는가 하고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가요? 오히려 독보적인 누군가가 있을 때, 우리는 그 스포츠에 더 열광한 적이 많지 않던가요. 골프의 타이거 우즈라던지 축구의 마라도나, 농구의 마이클 조던 같은 시절 말이죠. 즉, Formula 1 선수들에게서는 왜 Formula 1 이 지루한 이유를 딱히 찾기 어려웠습니다.


2015 Brazilian GP 결승 맥스, 페레즈 추월장면 [출처:F1.com]


 경기가 2시간 내내 지루하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에어로 다이내믹이 어느 정도 자유롭던 시절, 확실히 Formula 1에서 추월은 많이 사라져 버렸죠. 하지만 DRS와 에어로 다이내믹 규제로 인하여 추월의 빈도는 다시  많이 올라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2014 년도 기술규정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상위권과 중위권 차들의 편차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맥스와 같은 겁 없는 영스타의 출연으로 인해 과거에 보기 힘들던 추월 장면들이 나날이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추월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되던 모나코에서 조차 수많은 추월을 감행하는 맥스 베스타펜의 주행을 보면 본인도 모르게 손에 땀이 나게 되죠.


 스포츠의 흥행요소를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Formula 1 이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은 Formula 1을 일반적인 스포츠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피겨스케이팅은 할 줄 모르지만, 김연아의 경기 모습을 보면서 열광했던 기억이 나십니까? 그건 단순히 애국심이 아닌, 우리가 직접 선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희열과 감동을 느끼게 된 것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모터스포츠에서는 레이스 도중 드라이버의 모습을 보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안전장비와 차체 깊숙한 곳에 드라이버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죠. 오픈 콧핏인 Formula 1 정도에서나 드라이버의 헬멧의 윗부분 정도를 볼 수 있을 뿐. 


 설사 우리가 그들이 운전하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게 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Formula 1 의 한계라는 것은 일반적인 인간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라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도전이 얼마니 힘든 일인지가 쉽게 느낌이 오질 않습니다. 이토록 모터스포츠는 그들이 싸우는 목표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를 공감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게 됩니다.


메르세데스 PU106A Hybrid Formula One Power Unit. 한시즌에 필요한 엔진 가격이  대략 2천5억원정도라고 한다. [출처:MercedesF1]


 Formula 1 의 기술의 레벨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지금 기술규정 변경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적 부분으로 자리 잡은 power unit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기술규정에 따르면 Formula 1 의 연료 유량은 시간당 100 kg을 넘을 수 없습니다. 시간당 100kg 의 연료는 일반적으로 환산하면 대략 1240kW (=1680 ps)에 이르는 일률을 가집니다. 메르세데스 Formula 1 레이스카에 사용된 power unit 이 대략 750~840 ps 정도의 최대 출력을 갖는다고 하니 이것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45~50% 의 열효율을 가진 엄청난 고효율 엔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자동차들이 20~30%의 열효율, 정말 효율이 좋은 자동차들이 40% 수준의 열효율을 가지는데, 레이스카의 엔진이 이런 엄청난 열효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기술적 목표 달성입니다. 


 많은 자칭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이 최고의 Formula 1 엔진이라고 말하는 v10 3.0 liter 엔진 같은 경우, 약 900ps 정도의 출력을 거의 200kg/hr의 유량을 가지고 만들어 냈으니 이는 약 27% 수준에 이르는 열효율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행 power unit에 전기를 이용하는 MGU-K에서 낼 수 있는 120 kW 까지 추가되면 효율은 50% 수준을 넘나드는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엔진인 것입니다. v10 엔진 역시 잘 만들어진 공예품 같은 엔진이지만, 현재 v6 엔진은 요즘 말로 외계인을 납치해서 만든 엔진이라고 할 수 있죠.


영국 Brackley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F1 factory 에서 전직원이 나와 2014년 우승을 축하하는 모습. 약 700명의 근무자가 5교대로 24시간 일한다. 


 Formula 1을 포함한 모터스포츠는 그 구성원이 다른 스포츠와는 다릅니다. Constructor Championship 도 겨루는 Formula 1 이기 때문에 레이스카를 제작하는 공장과 연구소에는 많은 석박사들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NASA의 아폴로 미션을 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연구진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해서 마지막 순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는 것처럼, 수많은 팀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얻어진 결실을 마지막 드라이버가 우승으로 보답하는 것과 같은 일이죠. 얼마나 감동스러운 일입니까.


예선 우승 랩타임의 107%를 만족못기키면 본선에 못나가게 하는 107% Rule. 2016년 다시 도입될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출처:F1.com]


 107% 의 Rule. 예선을 치르고 선두 기록의 107%에 못 미치는 드라이버는 예선 탈락이 되어 본선에 나올 수 없는, 지금은 사라진 과거에 잠시 있었던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 예선 1위, 폴포지션의 기록이 1:40:00이라면, 그의 107%인 1:47:00 안에는 들어와야 결승에 나갈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올해는 하위권 Manor 팀도 4-6초 이상 벌어지는 일은 거의 없으니, 생각보다는 여유롭죠?


 Formula 1이나 모터스포츠를 바라보는 여러분은 어떤가요? 혹시 모터스포츠가 너무 어렵다고 손 놓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오늘도 세계 각지에 있는 Formula 1 팀들의 HQ에서는 밤낮으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107% Rule처럼 저 같은 팬들은 이런 소식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도 뒤처져서 예선 탈락하고 본선에도 못 올라갈 테니까요. 


 Formula 1 같은 모터스포츠는 축구나 농구, 야구 같은 스포츠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100% 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혹시 107% 안에 못 들으셔서 모터스포츠를 즐기고 계시지 못하신 분! Parc fermé 와 저와 함께 107% 안쪽까지 들어가 봅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