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의 6요소
멘탈이 약하면 의지력이 부족한걸까?
Mental vs Will
2000년대 초반부터 멘붕이라는 단어가 점점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멘붕(멘탈붕괴)는 'mental breakdown'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멘붕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우리나라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붐이 2010년 이후로 크게 불면서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곤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다시 한 번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면서 현재는 멘붕보단 강철멘탈, 멘탈강화와 같은 단어가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 자연스럽게 언급하는 이 '멘탈'이라는게 정확히 뭘까요? 일반적으로는 의지력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즉,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마음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힘을 의미하죠. 하지만 정말 멘탈이 의지력으로 충분히 설명될까요? 멘탈과 관련하여 여러 논문이나 연구자료,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에서 통용되는 내용을 종합해보면 멘탈은 여러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는 이것을 크게 6가지로 구분해보았습니다.
감정조절능력
멘탈이 건강한 사람을 떠올려보면 먼저 감정조절능력이 생각납니다. 스트레스상황에서도 불 같이 화를내거나 시들시들 우울해지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너무 뜨겁지도 않게, 너무 차갑지도 않게 조절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초연하다는 느낌까지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감정을 억제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릴 줄 알아야하고, 기쁠 때는 자신있게 박장대소 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감정 인식과 표현으로 이루어지는 감정 조절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대처능력
살다보면 내가 원하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최근 한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친한 친구사이로 잘 지내다가 코로나 때문에 2년 넘게 떨어져지낸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코로나가 풀려 학교에 나가게 되었다가 마침 단짝친구와 진학한 학년에서 같은 반이 되어 뛸듯 좋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의 다른 친구 무리가 그 단짝 친구를 독점하려고 해서 어찌해야할지 몰라 가슴 졸이며 힘들어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행히 나중에 자신의 마음을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또 자기도 단짝친구와만 놀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새로운 반의 새로운 친구들을 여럿 사귀게 되어 지금은 괜찮아졌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 초등학생의 대처능력은 어떤가요? 단짝친구를 곤란하게 하지도 않았고, 대인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적절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런 현명한 대처능력이 앞으로 이 학생의 멘탈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거는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자기효능감
자기효능감은 목표한 일을 달성하고자 할 때 자신의 노력과 행동을 통해 성취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자기효능감을 중요하게 발휘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은 바로 운동선수 입니다. 최고의 선수들만 모이는 올림픽에서는 한 끗 차이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장면에 가슴졸이게 됩니다. 당사자인 선수들은 얼마나 멘탈이 심하게 무너지는 순간일까요? 그 틈에서 선수들이 중얼거리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높이는 장면을 종종 엿볼 수 있습니다. '할수 있어!' 라는 마법의 주문은 대표적인 자기효능감 주문입니다. 다만 자기효능감을 건강하게 높이려면 있는 현실을 인식한 다음 할 수 있다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내 차례를 기다리는 선수라면 '와 지금 엄청 떨리네! 가슴이 쿵쿵거려서 사람들에게 들릴 지경이야! 그런데, 이런 큰 시합에서 긴장되고 떨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심장이 터질듯 떨릴걸?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실수에 너무 강박같지 말고 평소 연습한 대로 잘 해내자! 할 수 있을거야!'와 같이 이야기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주문이 되는 겁니다. 만약 '아이씨! 왜이렇게 떨려!! 너무 긴장되고 부담되잖아.. 잘 못하면 어떡하지? 실수하면 어떡하지? 아 모르겠다 잘 할 수 있겠지!' 와 같은 방식이라면 효과는 떨어지겠죠?
긍정적인 태도
긍정적인 태도는 밝은 미래를 꿈 꾸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긍정의 사전적 의미에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긍정적인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밝은 미래를 꿈꾸는 것에 더하여 고통스러운 현실상황을 제대로 직시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 빨리 회사 바쁜거 끝나고 편해졌으면 좋겠다~'라든가 '로또 당첨되면 좋겠다! 부자되면 좋겠다!'와 같은 근거없고 현실도피적인 긍정성은 멘탈을 오히려 약화시킵니다. 멘탈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회사가 너무 바빠서 정말 정신이 없네. 바쁘고 힘든 하루야. 그래도 이 시간을 잘 견뎌내고 열심히 하면 성과를 인정받아서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이 될거야!'처럼 현실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도 미래에는 희망을 놓치 않는 것입니다. 막연한 긍정성은 습관이고, 이 습관은 우리의 멘탈을 붕괴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긍정은 어떤가요?
사회적 지지
하와이 북서쪽 끝에 인구 3만명이 모여사는 카우아이 섬이 있습니다. 주라기공원의 촬영지일 만큼 자연경관이 아름답지만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1950년대 섬 주민의 대다수는 가난, 질병, 범죄,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한 심리학자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 200명을 추려 종단연구(긴 시간동안 추적하는 연구방법)를 진행합니다. 결손 가정의 아이들은 사회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클거라는 연구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2/3의 사람들은 예측대로 사회부적응자에 가까운 삶을 살았지만, 나머지 1/3은 성적 올A를 맞거나 학생회장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선발되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가설검증에 실패한 심리학자는 1/3의 성장동력을 조사했는데 공통점이 바로 '사회적 지지'였습니다.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는 어른(부모, 조부모, 친척, 학교 선생님 등)이 1명은 있었다는 것입니다. 멘탈관리는 주로 내부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외부적인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1명 있으신가요?
GRIT
미 육군사관학교는 입학하기 위해서 최고의 SAT(수능같은) 점수, 상하원의원의 추천서, 특급 수준의 체력, 학창시절 리더십 경험 등이 필요한 일류학교 입니다. 그렇게 최고학생들이 입학을 하게 되면 2개월 간 집중훈련을 받게 되는데 이때 20%의 학생이 자퇴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최고 중에 최고만이 남아 졸업을 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 동안 졸업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성적 순으로 졸업하는 것도 아니었고, 체력순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발견된 것이 바로 그릿입니다. 그릿은 긍정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 박사가 제안한 개념이고 크게 열정과 끈기로 설명됩니다. 즉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끈기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졸업한 사람들의 공통점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릿점수는 학교 졸업 뿐 아니라 성공적인 직업, 활동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성공척도라는 별명을 가진 그릿은 멘탈적 요소이고, 따라서 강력한 멘탈과 경제적 성공의 상관을 제시하는 새로운 개념이 됩니다. 여러분의 끈기는 어느정도 인가요?
멘탈관리를 위해서는 멘탈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다차원적인 멘탈, 여러분의 강약점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