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빌리티 안전관리 솔루션 ‘라이더로그’ 별따러가자 박추진 대표
배달용 오토바이 한 대가 1년에 2번의 교통사고를 낸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2020년 배달용 이륜차 교통사고 실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유상운송 이륜차의 대당 평균 사고율은 212.9%였다. 영업용 자동차의 6배, 비유상운송 이륜차와 비교해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배달 오토바이 사고는 시스템의 문제다.” 모빌리티 안전관리 솔루션 ‘라이더로그’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기업 별따러가자 박추진 대표(39)의 말이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기술로 배달 오토바이 기사(이하 ‘라이더’)의 안전운전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차근차근 현실화해 가는 중이다. 그에게 라이더는 ‘위험한 운전자’가 아니라 ‘지켜줘야 할 동료’였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대개 자신이 사고를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혼자 타고 다니다 보니 위험한 운전습관을 자각하기도 어렵고요. 자동차라면 동승자가 주의를 줄 수도 있겠지만, 오토바이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사고 나는 사람들은 자꾸 나요. 저희는 라이더 스스로가 자신의 운전 습관을 점검하고 좀 더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라이더로그가 라이더의 운전 스타일을 분석하는 기술의 핵심은 ‘움직임’이다. 모션 센서 기반의 단말기를 오토바이에 부착하는 것만으로 모든 운행 습관을 실시간으로 기록, 전송할 수 있다. 과속, 급가속, 급감속 여부는 물론이고 급진로변경, 급앞지르기, 급회전, 급유턴 등도 파악 가능하다. 심지어는 음주운전이나 인도주행 여부도 알 수 있다.
“기존 GPS 기반 단말기는 해상도가 높지 않아요. 대략적인 속도는 알 수 있어도 라이더가 차도를 주행하는지, 바로 옆 인도를 달리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죠. 사고가 났어도 원인이나 책임을 규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고요. 하지만 라이더로그는 오토바이의 움직임과 진동을 감지해 디테일한 운행 기록을 산출해요. 이 기록은 AI 알고리즘을 거쳐 라이더가 얼마나 안전하게, 또는 위험하게 운전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렇게 모인 운행 데이터는 그 자체로 사고 위험을 줄이는 유의미한 자료가 된다. 라이더 스스로도 모르게 뿌리 박힌 나쁜 운전습관을 개선하는 건 물론, 지역별 오토바이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 라이더로그는 인천, 광주, 안산, 시흥 등 지역 배달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이륜차 운행 데이터를 분석, 제공 중이다.
라이더 개인의 운전 습관을 세분화, 객관화할 수 있다는 점은 보험 업계에도 적용 가능하다. 많은 20~30대 청년들이 배달 기사로 나서고 있는 요즘, 나이에 따라 일괄적으로 책정되는 보험료를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차등화할 수 있어서다. 라이더로그를 사용하는 라이더 입장에서는 ‘보험료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 안전운전을 하게 되는 셈이다.
“20대 라이더의 경우 책임보험만 1년에 500만원 가량이에요. 자동차보험료는 사고 경력에 따라 할인과 할증이 있는데, 오토바이는 그런 게 없죠. 라이더로그의 운전습관 데이터가 BBI(Behavior-Based Insurance, 행동 기반 보험) 보험료 산정에 믿을만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사고 처리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라이더로그를 통해 사고 원인이 라이더 본인의 부주의나 난폭운전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 차량의 잘못인지 알 수 있어서다.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3D로 재현하고 사고 상황을 재구성하면 블랙박스 못지않은 증거 자료가 된다. 여기에 사고 당시의 충격을 감지해 자동으로 구조 요청을 보내는 기능도 있다.
“라이더 중에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사고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사고 경험이 없는 라이더들은 앞으로도 사고를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생존자의 오류죠. 하지만 사고를 겪은 라이더 분들은 라이더로그가 꼭 필요하고 좋은 서비스라고 얘기해 주세요. 그분들에게는 단순히 보험을 떠나 외진 곳에서 혼자 사고를 당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동아줄인 거죠.”
라이더로그는 기본적으로 배달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다. 하지만 박 대표를 비롯한 별따러가자 팀의 노력만으로 오토바이 사고가 줄어들 수는 없다. 플랫폼과 대행사는 경쟁적으로 빠른 배달을 강조하고,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어쩌면 불법·난폭운전으로 점철된 라이더의 이미지는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건지도 모른다.
“저희가 배달원 분들을 만나다 보면 나름대로 애환이 많아요. 일부 불량 운전자들 때문에 보험료 올라가고, 배달원에 대한 인식도 나빠지죠. 자녀가 있는 라이더 분들 얘기 들어보면 아이들이 어디 가서 아빠가 배달 기사란 얘기를 안 한대요. 이 분들도 정상적인 직업인으로 인정받고 싶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은데 사회적 인식이 따라주질 않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박 대표는 이해당사자는 물론 지자체, 정부 기관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전국배달라이더협회, 라이더유니온 등 관련 단체들과 배달 업주들을 일일이 만나는 중이고, 교통안전공단을 비롯해 몇몇 지자체의 과제 용역 사업을 수주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안전운전 문화가 정착하려면 사회적 도움이 있어야 해요. 난폭운전이 나쁘다는 건 누구나 다 알지만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들도 있어요. 중요한 건 안전운전을 해도 괜찮은 사회, 안전운전을 해야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거죠. 우린 신호 위반하고 과속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보고 욕을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치킨 배달이 늦으면 짜증을 내기도 하잖아요. 다들 배달음식 이면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 모토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