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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r 19. 2022

공간 매칭 데이터, 부동산 시장 혁신할까

[인터뷰] 유휴공간 대여 중개 플랫폼 쉐어잇 박상준 대표 (2)

공간 대여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 ‘시장’으로 규정되지도 못했던 이 시장은, 기존 부동산 임대 시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알음알음으로 빌리고 빌려주던 공간 대여 시장은 제대로 된 통계 하나 없고, 당연히 적정 가격이나 시세라고 할 것 없이 ‘부르는 게 값'이 된다. 바꿔 말하면, 모든 공간을 통합적으로 중개하는 플랫폼이 시장이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공간 대여 중개 플랫폼 쉐어잇 박상준 대표(39)는 “이제는 사람들이 공간을 끌어당기는 시대다”라는 말로 공간 대여 시장의 미래를 정의한다. 이번 글에서는 앞선 글 <모든 사건은 공간으로부터 시작된다>에 이어 공간 인프라와 이용 데이터를 활용한 부동산 시장의 일부로서 공간 대여 시장을 다룬다.


(사진제공=쉐어잇)


더 짧게, 더 자주, 더 다양하게 쓰이는 공간 


“우리나라 인구는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경제활동 인구는 더욱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요. 건물은 실컷 지어 놨는데 정작 거기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은 적어질 거란 얘기죠. 위치와 입지조건, 평수 등 공간의 가격을 결정짓던 기존의 조건들은 약화될 수밖에 없고, 해당 공간을 ‘사용’하려는 실 수요가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규정할 겁니다.”


박 대표의 예측이 충분히 현실적인 건 세분화된 시간 단위로 거래되는 공간 대여 비즈니스의 방식 덕분이다. 연, 월 단위 임대 계약으로 이뤄지는 주거·상업공간 대여 방식이 6시간, 3시간, 1시간 단위로 가능해졌기 때문. 이러한 공간 대여 데이터가 쌓이고 쌓이면 다른 어떤 자료보다 구체적이고 믿을만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경희대학교 내  삼성 갤럭시S22 팝업스토어 


공간 대여 비즈니스, 데이터가 되다


“쉐어잇에서는 지속적으로 공간을 데이터화하고 있어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사람들이 몇 명이나 모이는지 호스트와 유저들의 정보를 수집해 빅데이터로 만드는 중이죠. 요즘 쉐어잇을 통해 만나고 모이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1주일에 4000명 정도인데, 이게 40만 명, 400만 명이 되면 엄청난 트래픽 정보가 돼요.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가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 머무는지 알게 되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느 대기업에서 학교 건물을 빌려 채용시험을 진행해 3000명 정도의 지원자가 한 날 한시에 몰린다. 학교 근처에 문구점에는 필기구를 사려고, 편의점에는 가볍게 허기를 달래려고 지원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대목이지만, 재고는 부족하고 일손도 달린다. 옆 학교에서 채용시험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이날 매상은 훨씬 좋았을 텐데 말이다.


웹드라마 <일진에게 반했을 때> 촬영 로케이션으로 쓰인 서울여대 내 유휴공간


공간데이터 활용 사례 및 방안


“저희는 현재 매칭 데이터 기반의 공간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사용 목적에 따라 비슷한 조건의 공간을 추천해줌으로써 이용자는 공간을 검색하고 이용하기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죠. 앞으로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넷플릭스처럼 개인화된 공간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공간 매칭 데이터는 기존 공간의 연결을 넘어 새로운 공간을 개발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사용 목적에 따라 표준화·규격화된 유휴공간은 과거 상상하지 못했던 상품으로 연결될 수 있다. 대학 캠퍼스 공실이 스튜디오, 영화 촬영 장소, 기업의 팝업스토어 등으로 활용되는 게 그 예다. 학교 기숙사가 기업 연수나 영어 캠프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요즘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요. 임대료를 보전해야 하는데 섣불리 업종을 전환하기도 조심스럽죠. 공간 활용 데이터가 이런 분들에게 유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사가 잘 안 되는 식당 근처에 공유 주방 수요가 높다면, 식당 주인은 낮 시간대에만 영업을 하지 않고 공유 주방으로 대여해줄 수도 있는 거예요.”


지금까지 부동산 가치는 대부분 지역과 유동인구, 역세권 등 입지 조건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정작 사람들이 모이고 활동이 일어나는 ‘유기적 공간’으로서 부동산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셈이다. 공간의 가치를 발굴하고 재발견해 나가는 쉐어잇의 노력이 단순한 비즈니스를 떠나, 사회를 위한 선한 영향력으로 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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