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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숩숲 Jan 29. 2023

생일 답례사

잊지 않고 생일을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올립니다

생일 축하 답례사라는 듣도 보도 못한 편지를 쓰고싶어졌다. 고마운 마음이 귀천을 떠돌다 귀신이 되기전에 후다닥 적어본 감사의 편지.


오늘도 많은 분들이 짬을 내어 제 00번 째 생일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카카오톡의 알림 없이도 제 생일을 기억해 주신 걸 보면 제 생일을 손수 달력에 표시해 주시고, 바쁜 일과 중에 기억해 주시고 정성껏 축하의 인사를 전해주신 고마운 분들이네요.


비공개 생일. 얼마 전 최근에 친해진 지인분이 저에게 왜 이리 비밀이 많냐는 장난 섞인 핀잔을 주셨는데요! 신비주의 컨셉을 밀고 나가는 건 아니고요, 계기가 있긴 합니다. (잠시 변명 타임이 있겠습니다.)

직장인이 되니 업무로 만난 사이에서 생일 인사를 받는 일, 특히 후배 분들과 관계사 분들이 챙겨주시는 선물이 분에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축하가 의무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무엇보다 몇 년 전 카톡 생일 알림을 꺼놓지 않아 전국 팔도 여러 분들께 선물을 받았는데요, 제가 받은 분들께만은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그걸 놓칠까 봐 1년 내내 노심초사 전전긍긍한 후로 제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축하받는 게 낫겠다 싶어 알람을 꺼두었습니다. 쓰다 보니 다 제가 편하자고 꺼둔 거네요! ㅋㅋ

그래서인지 오늘 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주신 모든 분들의 마음이 담긴 안부 인사를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있었어요. 올 해도 잊지 않고 저를 기억해 주시고, 지난 1년간 저와 연을 맺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라는 덕담 많이 주셨는데요.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꽉 찬 행복의 날이었습니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걸 먹었어요. 잠실 월드타워에 있는 비건 음식점 ‘포리스트 키친’에 갔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생선을 싫어하는 페스카테리언인데요, 그런 저에게 생선까지 배제한 채식 맛집은 정말 귀하디 귀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입니다. 제철 음식은 그냥 넘기는 법이 없으며, 맛없는 음식을 팔면서 장사를 하는 집은 직업의식이 없다 생각하는 아버지,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후각과 미각이 예민한 어머니 슬하에서 28년간 밥상 예절을 배운 딸이 추천하는 확신의 맛집입니다. 논비건 분들도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해봤어요.


생일 선물을 고민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친절한 몇 분께서 가지고 싶은 게 있는지 먼저 물어봐주셨습니다.  스킨이 다 떨어져 가는데… 차마 생필품을 요청할 수는 없어 평소에 눈독 들이던 아이템들을 미션처럼 하나하나 전달드렸습니다. 어떤 분께는 포스터를, 어떤 분께는 바디 로션을, 어떤 분께는 화병을 부탁했네요. 선물해 주시는 분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향 덕분에 저의 취향과 선호를 넓혀 갈 것 같아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생일 당일 저녁은 어머니께서 집밥을 해주실 예정이에요. 저는 편지를 마치고는 곁들일 와인과 케이크를 사러 잠시 나갈 예정입니다. 마침 제가 좋아하는 시칠리아 화이트 와인이 무려 물어본 지 4개월 만에 입고되었다고 문자가 왔네요! 궁금하신 분들은 어떤 와인인지, 맛은 어땠는지 다음 만남에서 물어봐주세요. 알쓰지만 1년에 3병 정도는 먹을 수 있겠죠? 품절되기 전에 쟁이러 나가보아야겠습니다.

축하 답장용 편지를 드릴 생각을 하니 쑥스럽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네요.

아무쪼록 저에게 오늘이 특별한 날일 수 있도록 기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1월 29일. OOO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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