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담이 아빠 Apr 17. 2017

이상과 현실 사이의 홍콩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이 곳

홍콩의 중심지에 우리가 서 있다. 흐린 하늘과 매캐한 연기 그리고 시끄러운 광둥어만이 우리를 반긴다.

지쳐있는 몸과 생기 없는 모습이 지금 이 곳에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정처 없는 발걸음으로 센트럴 이 곳 저곳을 누볐다. 아직 오전에 시간은 벗어나지 못한 채 지쳐갈 때쯤 반가운 간판이 보였다.

'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에 오면 꼭 찾아가는 집이었다. 이 곳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 아내를 이끌고 가게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는데, 오전에 방문하니 사람도 없고 한적해서 좋았다. 에그타르트를 사들고,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가까운 카페에 앉아 음료를 주문 후 맛을 음미했다. 에그 필링과 파이가 절묘하니 지금의 지친 내 마음을 달래주는 듯했다.

아내에 반응은 그저 그런 표정이다. 부부인데도 맛에 대한 견해는 확실히 다르다. 아내는 계속 앉아서 쉬고 싶어 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돌아다니는 게 무리가 있어 보였다.

아내와 나는 여행 스타일에 차이가 있다. 아내는 많이 보기보다는 쉬엄쉬엄 즐기는 휴양형, 나는 현지 도착 후에는 현지인 같이 행동하며, 그들 문화를 이해하는 유형이다. 차이가 있다 보니, 누구 한 사람은 꼭 힘들기 마련이다.



이제 걷자고 유혹했다. 떠오르는 목적지가 없어도 일으켜 세워 데리고 나왔다. 언덕 하나를 더 오르니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보였다. 엘리베이터 시간도 확인하지 않아 도착했을 때는 하행만 운행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걸어서 위까지 이동을 했다. 영화에서 보았던 낭만은 더 이상은 없었고, 아내의 표정만 더 안 좋아져 있었다. 오르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아래로 내려와 침사추이로 이동을 했다. 이 곳은 오늘 우리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흐린 하늘과 매캐한 연기만이 보였다.


침사추이로 돌아오는 배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계획 없는 여행이 좋기도 하지만 때때로 아내와 있을 때는 불편하다. 정해 놓지 않은 길을 무작정 찾아갔을 때 아내는 이내 짜증을 냈다. 무엇을 할지 정해야 했다. 배에 내리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흐리더니만, 이제야 비로 바뀌었다. 건물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비를 피하며, 호텔로 향했다. 드디어 체크인을 했다.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침대에 누어 잠이 들었다. 다음 일정을 위한 휴식이라 생각하고 숙면을 취했다.  


지는 해가 많이 눈부셨다. 창가를 마주 보고 자고 있었는지 밝은 빛에 눈이 떠졌다. 시간도 어느새 오후 5시로 접어들고, 무심하게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웠다. 야경이라도 봐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분주하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몽콕으로 향했다. 홍대 같은 번잡함과 젊음의 열기가 느껴졌다. 근처 대형 쇼핑몰에서 약속을 한 친구 또는 연인들이 보였다. 그들도 우리처럼 데이트 또는 유흥을 즐기는 듯했다.

근처 쇼핑몰 식당가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점심에 먹었던 메뉴가 떠올라 똑같은 저녁을 아내는 한식이 먹고 싶다고 한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밥을 먹다가 아내는 음식이 너무 달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난 잠심 있는데도 한식이 먹고 싶냐고 무심하게 핀잔을 준다. 이내 또 싸울 듯했지만, 배도 고프고 해서 그냥 넘어갔다. 망고 디저트 가게에서는 입에서 녹을 정도로 맛있는 망코 팬케이크를 먹으며, 이내 미소를 지으며, 꼭 한국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알다가도 모를 우리 사이다.


홍콩은 노란 우산에 열기로 가득했다. 민주화 운동이라고 이야기했다.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는 모습이 우리네 촛불 시위를 생각나게 했다. 이 곳은 1997년에 영국에서 홍콩으로 반환이 된 후 중국 정부와 늘 마찰이 있었다. 중국의 사회주의와 맞지 않는 게 그 이유였다. 영국식 민주주의에 원칙에 입각해 생활을 해오던 사람들을 사회주의로 바꾼다고 하니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나도 한편으로 저들을 응원했다.

잠깐의 소란을 뒤로 한채 다시 호텔 주변에 스카이 빌딩 라운지에서 간단한 주류와 함께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저 미소만 나올 뿐이다. 당시에는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고 난 뒤는 이 것도 추억이고 기억이 된다. 이제 레이저 쇼가 시작이 됐나 보다. 방송과 함께 레이저들이 밤하늘에 비추니 건물들의 화려한 조명만이 보일 뿐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밖에 나와 연신 촬영을 하는 소리만이 들렸다.

낮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음주의 기운으로 바라보는 홍콩의 밤은 화려하게 흘러간다.

작가의 이전글 이상과 현실 사이에 홍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