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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이 아빠 Nov 15. 2018

이제 너도 100일을 살았구나

100일 동안의 기억, 고마움, 앞으로의 성장

내 아내는 임신을 하기까지 힘든 기간을 겪었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은 임신을 쉽게 하고, 아이도 쉽게 낳는다고 생각을 했다. 특히, 혼전 임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움과 시기심도 함께 공존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운명적으로 아이가 생겼다. 지금도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일요일 새벽 아내에 임신 테스트기에서의 2줄을 보았을 때 어찌나 기쁘던지 눈물이 날 정도 였다. 그리고 아내에게 임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리고 출산 예정일보다 3일 정도 지나 내 아이 '도담'이는 세상 밖으로 나와서 나와 인사를 했다. 


처음보는 내 아이는 쭈글쭈글한 모습에 새근새근 숨을 쉬며, 힘들게 세상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메신져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공유했다. 나는 안그럴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나도 이런 팔불출 아빠가 되었다. 아내는 아이를 해산하고,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수혈을 받고, 주사를 맞아가며 회복을 하고 있었다. 그런 힘든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에 미안함이 앞섰다. 그래도 아내는 그 시간을 자기 몸이 힘들어도 이겨냈다.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생각 났다. 


도담이가 처음 집에 온 날 '이제 어떻게 키워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몰랐다. 분유의 온도도 맞출 줄 모르고, 분유량도 잘 모르고, 심지어 기저귀를 제대로 갈지 몰랐다. 아이 하나 목욕시키는 것도 잘 몰라서 허둥지둥 대기도 했다. 새벽에는 2시간마다 울어대는 통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누가 하루에서 이틀 정도만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잠시 떨어져도 눈에 아른 거린다. 잠시 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신다고 해도, 그 아이를 부모 곁에서 떨어뜨려 놓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 아이가 100일이 되었다. 누군가는 100일에 의미를 두지 않기도 하지만, 유독 100일 동안의 이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시간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라봤자 가족들과 마트에서 스쳐지나간 사람들 뿐이겠지만, 집에 있는 애착인형 뿐이겠지만, 그래도 이 아이에게는 낯선 세상에서 새롭게 적응해 나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00일이라는 시간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그저, 도담이가 세상을 살면서 남에게 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랑받은 만큼 남에게도 사랑을 주며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엄마와 둘이서 싸운다는 표현보다는 늘 투정을 부리고, 안아달라고 떼를 쓰며, 밥을 달라고 울기도 하지만 '도담아 그래도 아무런 탈 없이 자라줘서 고맙다.아빠 엄마는 우리 도담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빠, 엄마가 준 사랑만큼 남에게도 사랑해주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도담아.'


우리 도담이는 그런 아이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점점 몸이 커지고 가끔은 산 옷이 맞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건강하다는 뜻이니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아빠도 열심히 살아 볼란다. 

도담이가 우리에게 와 준건 큰 축복이다. 그리고 지금도 더 미래에도 우리 가족으로서 있어주는 건 나에게도 어른으로서 한번 더 성장하게 해주는 영양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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