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마을에 지독한 병이 돌고 있다. 몇 년간 변함없던 내 생활이 없었다면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침에 부푼 가방에 퉁퉁한 텀블러를 챙겨 항상 가던 카페에 텀블러를 내밀며 차가운 커피를 시켰을 때 처음 느꼈다.
"아 죄송해요. 이제 텀블러에 커피를 내드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사소하게 비뚤어진 기분에 작업을 하는 둥 마는 둥 금방 나와 편의점에 가서 포도 구미젤리 하나를 계산하려는데 나를 보지도 않고는 계산을 해준다. 항상 기분 좋게 웃어줬는데 기분이 나쁘기에는 별일도 아니다. 지쳐서일까 감기 기운에 몸살이 오는 것 같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등 뒤로 한기가 지나는 것 같다. 집 앞의 내과는 언제나 한적해서 간호사가 여유 있게 날 걱정해 주는 태도가 항상 좋았었다. 오늘은 사람이 많았고 그녀와 대화는 이름과 생일이 전부, 오래 기다려 맞은 주사는 따끔하고 욱신거렸다.
집에 와 잠이나 자려고 샤워를 하는데 알게 되었다. 동네를 메운 전염병을. 한동안은 나가지 못할 것 같다. 자리를 치우며 외출 없는 일상을 준비하고 혹시 모를 외출을 위해 마스크를 매만진다. 나도 이미 전염된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핸드폰으로 부모님에게 안부 메시지를 남겨놓고 이불을 끝까지 덮어쓴다. 모두들 빨리 나으면 좋을 텐데 언제 외출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