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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helger Oct 01. 2016

옥토버 페스트의 꽃 디른들 Dirndl

뮌헨 1. - 한국과 독일 남부 전통복식 비교해 보는 축제의 장

0.

한복 짓는 독문학자?


한국 전통의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이 한복을 정통으로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나의 직업을 꽤나 의심쩍어 하는 주위의 눈길에 시달렸었다. 서양사 전반을 강의하는 삶에 회의가 찾아오는 때가 있었고 한국인으로 한국에 대해 참 알지 못한다는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에 운명처럼 뮌헨에 오래 거주하게 되었다. 그 당시 독일 서북부에 살았던 나에게 독일 남부의 전통의상을 기반으로 한 '옥토버페스트'는 상당히 진귀한 체험이었고 전통 한복을 한 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한복을 만들고 즐겨 입게 되었다.


'맥주 축제'로 알려져 있는 이 축제를 6 개월간 체류하며 겪어보니 아주 다른 측면이 보인다. 이 축제를 한 번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늘 부대끼며 인사하며 아는 사람들과 함께 체험해서 그런가...도서관에서, 관공서에게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전통복식인 디른들을 입고 일하는 것이 아닌가...한 달 내내 디른들 입고 직장 가고, 직장에서 단체로 회식 오는 곳, 그 곳이 옥토버페스트였다. 이 축제를 바이에른 주에서 그렇게 즐기는 이유는 사실 독일 남부권의 전통 그 자체를 즐기는 일상의 연이자 일년만의 화려한 외출이 일상이 되는 그런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화려한 외출을 돕는 옷이 바로 여성의 전통복식 '디른들  Dirndl'과 남성들의 '가죽바지 Lederhose' 그리고 당연히 덤으로 따라오는 돗수 높은 맥주와 돼지 다리 오븐 구이인 '슈바인학세'다. 


사실 독일은 독일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소독일로 통일되었기 때문에, 독일 남부권과 북부권은 상당히 민족성이 다르다.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 주는 작센 주와 훨씬 더 동질성이 강하고, 오스트리아는 물론, 과거 독일 영토였던 이탈리아 북부 지역과 스위스와도 문화권이 유사하다. 바로 이 지역의 전통의상이 공통적으로 '디른들'이고, 디른들의 가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축제를 찾는 셀럽들이 어떤 신상 디른들을 입었는지가 온갖 잡지의 메인을 독차지한다.




1.

디른들 어떻게 입나요?

디른들은 일종의 쓰리피스. 아주 짧은 흰 블라우스, 그 위에 가슴에서 끈으로 조여 매는 원피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피스 위에 두르는 앞치마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게도 앞치마 여밈에 따라 싱글인지 아닌지를 드러낸다. 그렇다! 딱 봐도 알겠지만 앞치마 두르고 밭일하던 농부의 옷이었다. 과거 제후나 영주가 지나갈 때 입고 있던 옷 그대로 나와 환영하고 손 흔들던 그때 그 당시의 옷차림에서 크게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복장규정상 귀족에게만 허용되던 '실크'가 이제는 누구나 착용해도 되는 소재가 되었다는 것 정도?


독일 전통 디른들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들

사실 옥토버페스트에 전통복식으로 오지 않는 사람은 딱 봐도 관광객이다. 그런데 관광객마저도 대충 저렴이로나마 전통복식을 대여해 입고 오거나 그거도 안 되면 모자라도 하나 쓰고 온다. 그만큼 전통복식 착용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이뤄진 셈인데 이 점은 한국의 축제기획자들이 눈여겨 봐야 하는 점이다. 남자들의 가죽바지는 대를 이어 아들에게로 물려주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지 이 축제의 전통은 참 맥이 길다. 이 가족처럼 딸 둘도 예쁘게 디른들을 차려입고 온 가족 나들이 객이 참 많다.



2.

나이에 따른 디른들의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사실 한복도 유행을 엄청 탄다. 아는 사람만 보이는 유행이지만, 깃이 두꺼워졌다 얇아졌다가 동정이 두꺼웠다가 얇았다가, 동 아래가 길었다가 짧았다가 소매가 직배래였다가 붕어 배래였다가 등등.... 디른들도 마찬가지! 젊은 여성일수록 하얀 블라우스는 깊은 가슴골이 많이 드러나게끔 점 점 더 깊게 파이고, 아예 단추 몇 개쯤은 풀어놓기도 한다. 원피스의 허리는 점 점 더 졸라매어 가는 허리로! 무엇보다 치마 길이가 확연히 짧아진다. 미니 원피스! 이것은 방송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인데, 기자인 여성은 긴 원피스를 입고 있고, 학생들은 미니 기장의 원피스를 입고 있다. 이런 소소한 차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

남자들의 가죽바지와 벨트, 그리고 '맥주 배 Bierbauch'

남자들은 와이셔츠에 브라운 색 가죽바지를 입고 그 위에 전통적인 벨트를 맨다. 멜빵처럼 매는 스타일도 있다. 이 요란하고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를 타고 행진 중인 아저씨의 머리에는 '양털모자'가 씌워져 있는데 이 모자도 많은 관광객들이 사서 쓰고 다닌다. 음.... 저 배!!!


독일 맥주는 술이 아니라 액체로 된 빵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저렇게 어마하게 나온 배와 맥주사랑은 중년 남성들의 몸매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멜빵을 매는 것인가....



가죽바지의 길이도 다양하다. 무릎길이에서부터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것도 있고, 긴 바지도 있다. 멜빵도 이렇게 스타일리시한 종류도 있고, 목걸이부터 오금에 매는 각반까지 여러 유형, 다양한 종류가 보인다.



정말 멋진 허리 벨트!  이 문양, 이 넓이, 가운데 큰 버클, 가죽 바지의 멋진 스티치! 멋진 풍채.... 남자 전통 복식 도 이렇게 다양하다니...현장에선 눈치 채지 못했던 디테일이 보인다.



이 분의 종아리를 자세히 쳐다보면 멋진 각반을 찼다. 짧은 가죽바지에 멋진 허리 벨트 장식 (이건 보기 어려운 경우인데 참 희귀한 장식이었다), 그리고 양말과 맞춤한 듯한 각반! 이 분 주위로 관광객들이 어느 정도 차림새를 갖추려고 사서 쓴 양털 모자가 보인다.



3.

어린이들이 입은 디른들은 보쌈해 가고 싶을 정도로 귀요미

아빠의 무등을 타고 시크하게 뭔가를 쳐다보는 어린이, 분홍 앞치마와 양말 색을 코디한 센스가 돋보인다. 그나저나 아빠는 딸 바보인 게 분명함!


어머나 아씨! 세계의 모든 어린이에게 전통복식을!

어쩜 이렇게 새초롬하고 귀엽고 그러면서도 성숙해 보이는... 19세기에서 시간을 박차고 튀어나온 듯! 어린아이가 전통적인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었다. 저 검은색은 원래 '시민'의 색이었다.



여기 딸 바보 아버지 추가요!

귀욤 딸내미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쥐어주고 세상에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빠, 보고 보고 또 봐서 흐뭇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4.

외국인 같은 내국인(?), 관광객과 현지인, 젊은이와 나이 지긋하신 분까지 모두 전통복식으로 하나 되는 축제

사실 디른들 가격은 너무 비싸다.

나도 한 벌 입고 싶었으나 마음에 드는 옷은 대여료가 거의 백 유로 임박! 게다가 기본적으로 가슴이 크고 푸시 업 브라까지 장착한 독일 처자들 사이에서 평균 동양인은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이 분은 참 잘 어울리는 디른들로 맞춰 입어 보기도 좋았다.



5.

디른들의 변혁! 여자도 가죽바지를!

여자라고 어디 맨날 치마만 입으란 법 있나~ 그런 의미에서 요즘 옥토버페스트에서는 여자들이 남성들의 가죽바지를 입은 모양을 곧잘 볼 수 있다. 걸 크러쉬!



6.

전통 한복과 모던 한복

전통한복도 짧은 볼레로 스타일 상의에 긴치마로 구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이영애 씨의 화보나 수지의 화보 등을 통해 우리가 전통한복이라고 생각하는 그 형태! 요즘은 현대인의 삶에 맞게 소재도 면이나 폴리 등으로 확대되고 치마 길이도 디른들과 마찬가지로 짧아진다. 전통이 현대와 조우하는 모습이 이 곳 뮌헨과 한국에서 비슷하니 디자이너로서도 볼 것이 많아 행복한 셈이다. 나도 격조 있고 품위 있는 곳에서는 긴치마를,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나들이할 때는 짧은 치마를 즐겨 입으니 전통을 해석하는 방법도 비슷하지 않은지~


이제 우리도 잘 기획된 축제만 100 년 넘게 지속되면 된다^^ 한복이 핵심이 되나 Kㅡ팝도 좋고 막걸리 축제로 포장되어 전면에 부각되는 것도 괜찮다.~ 



글, 사진 모두 Arhel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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