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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INO Jun 14. 2023

전공자가 아니면 좀 어때

 <내가 꿈꾸는 삶을 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래서 좋아하는 일로 평생 해먹고 살아도 괜찮은 것들을 찾았고 이것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기획하고 더 나은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브랜드 디렉터'로 방향성을 정했지만, 막상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갈 방향도 정했고 이제 발을 떼고 걸어가기만 하면되는데 갯벌 바닥에 딱 달라 붙은 것 마냥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가만히 앉아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몇 가지가 나를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글을 쓰는 동안 생각하니 이것도 다 핑계다) 첫 번째, 회사를 다녀오면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서비스를 제공해야하고 공간 관리를 위해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고난 후에 집에 돌아오면 에너지는 바닥이었다. 


두 번째, 제대로 하고 싶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했거나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뤄가고 있는 사람들은 말한다. '처음부터 완벽한건 없다. 우선 시작해라!' 그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 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작부터 상상 속에 있는 그림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게 내 뜻대로 될 리 만무했다. 부족한 툴 다루는 실력과 디자인적 감각 등등. 상상 속에서는 이미 영화 한 편도 만들었을텐데 영상 편집 실력도 부족했다. '그래도 우선 시작해보자!'라고 시작하고는 했지만 결과물을 보고는 '에잇!! 이건 아니잖아' 하고 그냥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세 번째, 전공자가 아니니까 라는 합리화(?) 같은 것이었다. 브랜드 디렉터가 되기 위해서 이미 현업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면 주로, 마케터 혹은 디자이너 등이었다. 나는 아니었다. 공연 제작일을 했었고, 지금은 공간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 내가 이미 브랜드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완성한 그들의 작업물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주눅이 들고는 했다.


이 외에도 시간이 없고, 잠이 많고, 돈이 없고 등등 참 많은 갖가지 이유들이 나왔지만 위에 쓴 것들이 가장 앞에서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다른 것들은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출처 ㅣ 드라마 <스토브리그>


아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무언가를 하고는 싶지만 온갖 이유를 가져다 붙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결국 모두 핑계다. 나도 핑계를 대고 있고, 당신도 핑계를 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넌 뭐 하고 있냐고!?


나도 이제 막 다시(?) 시작했고, 도전하고 있다. 그러니 같이 손잡고 가보자는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요즘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고 싶은데 뚜렷하게 뭘 할게 없으니 다시 잠들어서 출근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게 일상이었는데, 요새는 일단 눈을 뜨고 '아이좋아!'를 열 번 외친 후에 일어난다. 그리고는 대충 눈에 붙은 눈꼽만 떼고 공부하기 썩 좋지 않은 테이블에 앉아 영어를 중얼거린다.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간단히 저녁을 챙겨먹는다. 김승호 회장님이 그랬다. 정갈하게 무겁지 않게 식사하라고. 그래서 실천해보고 있다. 저녁은 약속이 없는 한 주로 삶은 계란과 방울 토마토가 끝이다. 그렇게 한 상 소담하게 차려놓고 앉아서 내가 하고 싶다고 그토록 부르짖던 브랜드 만드는 일에 대한 계획을 끄적이고, 글도 쓴다. 


별 것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의 상상력 안에 펼쳐진 나는 이미 회사를 가뿐하게 때려치우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가치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사람이다. 여기저기 강연도 다니고, 인터뷰도 하고있다. 하지만 현실은? 작은 원룸방에 앉아서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아주 작은 단계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전 지구에 뿌리를 내린 스타벅스는 어느 동네 작은 카페에서 시작했고, 당신과 나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워너비인 스티브잡스는 차고에서 애플을 만들었다. 조 단위 부자인 제프 베조스는 대충 손으로 슥슥 적어놓은 'AMAZON'이라는 글씨가 붙은 사무실에서 지금의 아마존을 만들었다. 위대한 지금의 결과물들은 모두 소박하고 보잘 것 없는 수준에서 시작했다.


전공자가 아니면 좀 어떤가! 지금 당장 내 생각처럼 완벽하지 않으면 또 어떠한가! 전공자라는 건 그저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군가를 판단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뿐이다. 막상 사회에 나가보면 전공자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당신도 알지 않은가! 완벽은 끊임없이 추구하고 갈구하는 것이다. 끝이 없는 완벽을 향한 여정 속에 운이 좋다면 한 번쯤은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가면 그 뿐이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가로막는 건 무엇인가. 혹시 나의 그것들과 비슷한가? 아니면 나보다 더한 것들도 많은가? 상관없다. 어차피 다 핑계일 뿐이다. 자! 널부러져있는 그 핑계들을 한데 모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이제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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