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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g May 25. 2023

이스트리아 반도로 가자 6

크로아티아, 타르

우리가 묵을 곳은 또 다른 작은 마을인 타르. Tar라고 검색하면 잘 나오지도 않는데, 하도 작아서 그런지 옆에 있는 Vabriga와 같이 붙어서 한 행정구역을 이룬다.


민박 비슷한 아파르트만 (Apartman)에 묵기로 했는데 거의 다 도착해서도 집을 찾기가 어려웠다. 11번지라고 하는데 눈앞에는 10번지와 25번지가 동시에 보인다. 방금 29번지를 지났는데 11이라는 숫자는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받고 나온 아저씨가 이 길 번지수가 쉽지 않다며 집으로 안내해 주셨다. 10번지에서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 두 번은 꺾어가야 비로소 11번지가 나왔다. 도착하고 나서 집에서 보이는 멋진 풍경과 수영장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 집은 1층을 주인 부부가 별장으로 쓰면서 2,3층을 이렇게 가끔 민박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2,3층과 1층은 입구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래도 긴급 상황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1층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사람 좋아 보이는 부부는 서툰 영어로 이스트리아의 장점을 서로 다투어 나열했다. 이런저런 외국 손님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걸 보니, 이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시나 보다.


저녁을 먹었냐고 해서 곧 먹으러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또 이곳저곳을 추천해 준다. 이 주변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사용하는 음식을 맛보고 싶으면 걸어서도 갈 수 있는 데구스타치오네를, 맛있는 체밥치치를 먹고 싶으면 많이 걷거나 차를 타고 가야 하는 키위를 추천한다고 했다.


사실 크로아티아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이미 크로아티아의 음식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왜냐면 우리 동네에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지, 동네 슈퍼마켓이 크로아티아 슈퍼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독일 체인점 슈퍼마켓인데, 안을 들어가 보면 대략 20%에서 체감으로는 30%까지가 크로아티아나 발칸 반도 쪽 음식이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맥주도 크로아티아 맥주이고, 한 복도 또는 냉장고의 한 구석은 읽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크로아티아 과자들도 많이 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처에는 또 크로아티아 슈퍼마켓이 따로 있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는 크로아티아 음식점도 있다. 동네 스포츠 클럽에 딸려 있는 음식점 역시 크로아티아 음식점이다. 


그래서 크로아티아 음식이 영 맨 처음은 아닌 우리는 로컬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조금만 걸어도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작고 아기자기한 동네에 비해 통창으로 되어 있는 거대한 음식점이 나왔다. 인테리어만 보면 서울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음식점을 추천하면서 주인 부부는 햄버거를 같이 추천했다. 그냥 패티가 아닌 크로아티아의 Boškarin 고기를 쓴다고 했다. 이 Boškarin은 영어 이름이 심지어 Istrian Cattle이다. 이 지역에서만 있는 동물인가 보다. 식감도 특이했고 무엇보다 훈제된 듯한 향과 향신료도 특이했다. 


조용한 마을을 걷다가 숙소에서는 조금 떨어진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차로 가야 하긴 했지만 금방 도착했다. 아무래도 바닷가 쪽은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음식점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들이 다 문을 닫았다. 평이 좋은 비치 바도 있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바닷가는 여전히 즐길 수 있으니까.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걷고, 챙겨간 검은콩 두유를 마시면서 크로아티아의 첫 일몰을 감상했다. 이렇게 한가한 이곳이 본격 여름이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될까.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이미 근처에는 캠핑 그라운드들이 있었다. 유럽 최대인지 뭐라는지 열심히 홍보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크로아티아는 캠핑카로도 많이 오는 곳이라고 들었다. 내가 캠핑으로 올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바닷가 근처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는 기분은 참 색다르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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