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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g May 16. 2023

이스트리아 반도로 가자 5

크로아티아, 노비그라드

드디어 크로아티아 도착. 

크로아티아는 올해부터 쉥겐 국가가 되었고 유로도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오기가 한결 더 편해졌다. 유럽 연합과 별개로 쉥겐 국가가 아닌 곳을 방문할 때는 간단하게나마 입출국 심사를 한다. 유럽연합 시민에게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비 유럽연합국 국민인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루마니아에 갈 때마다 여권과 독일 거주증을 건네주고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입국 절차가 크로아티아에 들어갈 때는 없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그래도 국경이라는 티도 안 나는 독일-오스트리아 국경보다는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사용했을 텅 빈 국경 검문소가 남아 있다. 스위스 국경과 비슷하다.


크로아티아에서 처음 간 곳은 노비그라드. 한글로 노비라고 읽히는 단어에 성 또는 도시를 뜻하는 그라드가 붙으니 모순적이다. 피란에 이어서 말장난을 하고 싶은 욕구가... 하지만 이탈리아어 이름은 치타노바 Cittanova. 다른 분위기의 이름이다. 이탈리아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지역이 있던데, 뒤에 뭐를 붙여서 구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다들 노비그라드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나? 뮌헨의 이탈리아어 이름은 모나코이고, 다른 모나코와 구분하기 위해 '모나코 디 바비에라' (바이에른의 모나코)라고 부른다. 웃기는구먼. 


노비그라드는 항구가 있는 작은 마을인 데다가 나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 곳이었지만 이미 해외 관광객으로 넘치는 곳이었다. 한국의 바다에서도 볼 수 있는 고기잡이 배부터 호화스러운 커다란 요트까지 쉬고 있는 항구. 멋진 요트들은 그다지 흥미를 끌진 않았다. 오히려 고기잡이 배들을 박물관 관람하듯 뜯어보았다. 인건비 등을 이유로 많은 산업을 유럽 연합 밖으로 아웃소싱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래도 아직 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 크지는 않았지만 시내 중심에 '노비그라드 어부들의 공원'이 있는 이유가 있구나.


관광객이 많은 곳인 만큼 여기저기서 독일어가 들린다. 독일 또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특히나 부활절 휴가를 맞아 많이들 온 듯했다. 시내에 매장을 여러 곳 두고 있는 디스틸러리에는 이미 거나하게 취한 것 같은 가족이 독일어로 떠들면서 각종 술을 계속해서 시음하고 있다. 슬쩍 둘러보고 떠날 생각이었던 우리도 적극적으로 잡고는 술 시음을 권했다. 이스트리아 반도는 트러플 산지로 유명한데, 그래서 트러플 오일을 포함해 트러플이 들어간 치즈나 소시지 역시 가득했다. 예전에 크로아티아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선물해 준 트러플 오일도 보여 반가웠다. 내 눈을 끈 건 바다 소금으로 만들었다는 배쓰 솔트였지만! 이 가게는 이스트리아 반도 전체적으로, 어쩌면 크로아티아 안에서 잘되는지 다른 크로아티아 도시에서도 계속해서 보였다.


이곳 역시 공용어는 이탈리아어로 안내판에 크로아티아어와 이탈리아어가 동시에 보였다. 이곳 역시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의 일부였다. 이 일대는 다들 베네치아 아래에 있었던 것인가. 


노비그라드의 해변은 피란과 비교해 아주 한적하고 작았다. 역시나 이곳에서도 물 보며 멍-. 반짝거리는 윤슬을 보면서 바다가 가까우면 삶의 질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꼭 바다가 아니더라도 천이든 호수든 물이 근처에 있다는 건 참 좋은 거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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